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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카카오 계열사 축소는 올바른 선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6 18:52

수정 2022.04.06 18:52

삼성·현대차·LG보다 많아
문어발 이미지 벗을 기회
카카오의 홍은택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공동센터장, 김성수 이사회 의장, 남궁훈 대표이사(왼쪽부터)가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가졌다(카카오 제공). 사진=뉴스1
카카오의 홍은택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공동센터장, 김성수 이사회 의장, 남궁훈 대표이사(왼쪽부터)가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가졌다(카카오 제공). 사진=뉴스1
카카오 최고경영진이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계열사 축소 방침을 밝혔다. 김성수 이사회 의장은 "연말 기준 계열사가 30~40개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134개에 이른다. 연말까지 계열사를 100개 안팎으로 정리한다는 뜻이다. 김 의장은 또한 "현재 10% 정도인 해외 매출을 3년 안에 30%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카카오는 3000억원 규모의 상생안도 내놨다.


카카오가 방향을 잘 잡았다. 지난해 카카오는 고속성장 후유증을 겪었다. 국회는 김범수 창업주를 국정감사장에 불러 따지고 야단쳤다. 문어벌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가 단골메뉴에 올랐다. 여기에 스톡옵션을 둘러싼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까지 불거졌다. 주가는 뚝뚝 떨어졌다. 급기야 김범수 창업주는 지난달 14일 의장직에서 사임했다. 그 대신 김 창업주는 카카오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데 전력을 쏟기로 했다. 일본 자회사로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픽코마를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사실 카카오의 계열사 증가는 지나친 면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는 2020년 97개에서 2021년 118개로 늘었다. 이 숫자가 다시 작년 말 기준 134개가 됐다. 기업이 성장하면 계열사가 어느 정도 느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문어발 확장은 25년 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산업계의 아픈 상처로 남았다. 이후 대기업들은 계열사 확장을 자제했다. 실제로 재계 1위 삼성은 지난해 계열사가 59개에 그쳤다. 한 해 전과 같은 숫자다. 2위 현대자동차는 53개, 4위 LG는 70개다. 빅4 그룹 가운데 SK만 148개로 카카오보다 많다. 카카오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 전에 계열사 숫자는 전통의 대기업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

해외 진출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카카오를 두고 우물 안 빅테크니 내수용 기업이니 하는 비판이 나온다는 건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남궁훈 신임 대표는 '비욘드 코리아'를 카카오가 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사례에서 보듯 빅테크의 힘은 글로벌 파워에서 나온다.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 비영어권이라는 언어상의 장벽은 핑계가 될 수 없다. 삼성, 현대차, SK, LG 역시 똑같은 장애물을 넘어 세계 유수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명성은 거저 오는 게 아니다.

지난 2월 서울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어 공정위도 같은 의혹을 조사 중이다. 택시단체들은 승객이 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카카오 가맹택시가 먼저 배차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까지 공개하면서 배차가 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콜 몰아주기 논란은 '대기업' 카카오가 자영업·소상공인 영역인 택시 시장에 들어온 것에 대한 불만이 바닥에 깔려 있다.
신규사업을 펼칠 때 카카오가 늘 염두에 둬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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