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코로나에 실적 쇼크…쓴 맛 본 '지방소주'

뉴스1

입력 2022.04.07 06:30

수정 2022.04.07 06:51

지역 소주 업체들이 쓴 맛을 봤다. 코로나19로 인해 유흥 시장이 축소되면서 경기 전망이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사진은 서울시내 대형마트 주류코너에 부산을 지역기반으로 한 소주업체 대선주조의 제품이 놓여진 모습. 2022.3.7/뉴스1© 뉴스1
지역 소주 업체들이 쓴 맛을 봤다. 코로나19로 인해 유흥 시장이 축소되면서 경기 전망이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사진은 서울시내 대형마트 주류코너에 부산을 지역기반으로 한 소주업체 대선주조의 제품이 놓여진 모습. 2022.3.7/뉴스1© 뉴스1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지역 소주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대형 주류업체에 점유율을 뺏기며 지역 대표 소주라는 의미가 퇴색되는 듯 합니다."(A지역소주 마케팅 팀장)

지역 소주 업체들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유흥 시장이 축소되면서 전망도 밝지 않다. 전국 단위로 판매되는 대형 주류 업체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뺏기면서 고전하고 있다.



6일 주류업계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산을 제외한 하이트진로의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은 과반수(50%)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에서의 소주 점유율은 무학이 50%, 하이트진로가 35% 정도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로 주력 판매처인 유흥 시장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시장점유율에는 변동이 없었다"며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대형 주류 업체들이 막대한 자금과 영업력을 동원해 지역 시장에 진출하다보니 지방 기업들의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소주는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하는 보해양조를 제외하고 매출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보해양조의 지난해 매출은 837억원으로 전년대비 6.5%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전년 대비 9.7% 감소했다.

부산·경남 지역에서 '좋은데이'를 판매하는 무학의 매출은 2019년 1557억원에서 2020년 1393억, 지난해 1269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올해 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자금 조달 능력도 떨어졌다. 지난해 무학의 당좌비율은 32%, 유동비율은 38.9%였는데 이는 기준선(유동비율 150%·당좌비율 100%)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구·경북 지역의 소주업체 '금복주'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623억, 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1.9%, 50% 급감했다.

대선주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5억원으로 1년 전 대비 거의 반 토막 났다. 매출 역시 14% 감소한 611억원을 기록했다. 대선주조는 지난해 주력 제품인 대선을 5년 만에 리뉴얼했다.

지방 소주는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푸른 병'을 앞세운 진로의 인기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지역 소주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성과를 얻지 못했다. 서울·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65~70%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 브랜드 소주는 강력한 마케팅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품질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어 지방 기반 소주들 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교수)은 "예전보다 교통이 편리해지지고 미디어의 영향으로, 전국의 소비시장이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로 경기까지 어려워지자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이 보수적으로 변했고 차별화된 브랜드 보다 익숙한(1등) 브랜드가 강세일 수 밖에 없다"며 "여기에 소비 위축 현상까지 이어지며 지역 중소 브랜드들이 직격탄을 입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