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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여가부 폐지 미룬 인수위, 현명한 처사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7 18:27

수정 2022.04.07 18:27

여소야대 국회 고려하면
민생현안 주력이 바람직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조직개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조직개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신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이 윤석열 당선인 취임 후로 미뤄졌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7일 신정부 조각과 관련, "현행 정부조직체계에 기반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정부조직에 맞춰 장관을 임명하고 새 정부 출범 후 시간을 두고 라인업을 다시 짜겠다는 것이다. 정권이양기에 현 여권과 가급적 각을 세우지 않고 협치 분위기를 이끌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이 폐지를 공약했던 여성가족부 장관도 일단 새로 임명하게 된다. 새 정부가 출발하기도 전에 공약 이행에 브레이크가 걸린 모양새다. 하지만 국민이 당선인의 모든 공약을 지지한다고 오해해선 곤란하다. 외려 현실성 없는 공약은 과감히 수정하고, 완급을 조절하는 게 국익에도 부합된다. 여론상 찬반 논란이 큰 여가부 개편도 시간을 두고 다룰 필요가 있다.

더욱이 지금 나라 안팎에서 보기 드문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몰려오고 있다. 최근 러시아발 원자재 공급망 대란이 엄습한 데다 북한도 핵·미사일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물가는 치솟고 설비투자가 뒷걸음치고 있는 게 한국 경제의 현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빌미가 돼 지난 5년간 국가재정마저 거덜나다시피 해 윤석열 정부로선 이에 대응할 수단도 마땅찮은 상황이다. 괜히 조직개편 문제로 현 여권과의 전선을 넓힐 계제가 아니란 뜻이다.

어차피 의석 172석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 정부조직법 개정은 불가능하다. 안 위원장도 "정부 조직개편 문제는 야당은 물론 전문가 등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우선 민생안정과 외교·안보 등 당면 국정현안에 집중하겠다는 인수위의 이번 결정은 그래서 반길 일이다.

현 정부는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당선인 측이 추진하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지출을 의결했다. 신구 정부가 권력이양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 첫 고비는 넘긴 셈이다. 다만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정부조직법을 바꾸지 않고 새 정부가 출항하는 건 전례가 드문 일이다.
새로 개업하는 업체가 내부시스템 수리도 못한 채 종전 업소가 쓰던 걸 그대로 쓰는 격이다. 새 정권 출범 후 수개월간의 허니문 관행조차 사라졌을 정도로 정치풍토가 부박해졌다는 말이다.
6월 지방선거 후 제출될 정부조직법 개정을 다룰 때는 여야가 역지사지의 자세로 협치의 전범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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