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 시설투자 사활
현대차 9조·기아차 2조 등 현대차그룹도 10조 이상
LG전자도 35%↑…전장·DP 등 수주사업 투자 비중 ↑
올해도 설비투자에 기업의 명운이 걸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또 경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핵심 고객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수주형' 사업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도 설비 투자가 늘어나는 배경 중 하나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시설투자비는 48조2222억원으로 50조원에 육박한다.
특히 반도체에만 43조5670억원이 투입됐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전년보다 투자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는 최근 반도체 공급난을 틈타 대규모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투자 붐이 일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채택한 파운드리는 수주형 산업이라는 점에서, 설비 증설이 곧 산업 경쟁력이다. 업계 1위 대만의 TSMC는 연초 420억 달러(약 50조57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인텔도 270억 달러(약 32조52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치열한 설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공격적인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투자 규모가 5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할 전망이다.
지난해 13조3640억원을 설비에 투자한 SK하이닉스는 올해도 용인 부지 매입, 미국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등 미래 성장을 위한 건설 및 인프라 부분에서 투자를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도 웨이퍼 수요 급증과 고객사의 지속적인 공급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올해부터 3년간 총 1조495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웨이퍼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배터리 등 분야에 20조1669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며, 지난해까지 총 7조4726억원을 집행했다. 올해도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사업 중심의 글로블 확장 투자를 지속 추진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10조원 이상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예고했다.
현대차는 올해 9조2317억원을 투자한다. 전년 실적 7조5370억원 대비 22.5%가량 투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기아차도 전년 1조3955억원 대비 30.0% 증가한 1조8137억원을 투입한다. 투자금은 친환경차 등 신제품 개발과 투입될 전망이다.
LG그룹도 전년 대비 투자 확대 기조를 이어간다.
LG전자의 올해 시설투자 예상액은 4조2965억원으로, 전년 투자액 3조1826억원 대비 35%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LG전자 연결 자회사로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거느린 카메라모듈 등 전자부품 업체 LG이노텍은 올해 1분기(1~3월)에만 이미 기판사업(4130억원)과 광학솔루션사업(1조561억원) 등에서 총 1조4691억의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또 LG전자는 수주 사업인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장 부문인 VS 사업부에는 전년(4563억원)보다 46% 많은 6881억원이 올해 투입된다. LG전자 전장 사업은 2013년 진출을 선언한 이후 여전히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수주 잔고가 늘면서 올해 2분기부터 흑자 전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업계 1위인 LG디스플레이도 올해 설비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조2000억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했으며, 올해도 투자 규모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주주 서한을 보내 "시황에 따라 이익의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나는 수급형 사업 비중을 축소하고 핵심 고객들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주형 사업 비중을 확대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LS그룹도 올해 LS전선, LS일렉트릭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1743억원을 시설에 투자한다.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전년 지출액 1185억원 대비 47.0% 많은 금액이다.
한편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를 미루거나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국내 투자계획'(105개사 응답)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0.5%)은 올해 투자계획이 없거나(12.4%)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38.1%)고 답했다. 올해 투자계획을 세운 기업(49.5%)의 절반도 투자 규모를 작년 수준으로 유지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올해 투자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이유로 코로나19 확산세,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외 거시경제 상황 불안정과 대출금리 인상·금융권 심사 강화 등 외부 자금조달 환경 악화(20.5%)를 꼽았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이 2.2%로 전년(8.8%) 대비 뚝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엔 1.7%까지 가라앉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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