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산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철강·항공·해운업계는 원자재 가격 인상을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상쇄한 반면, 조선·석유화학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정제마진이 오른 정유사들은 1분기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수요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 철강사 웃고, 조선사 울고
10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쇳물을 생산할 때 연료로 사용되는 원료탄 가격(지난 1일 FOB 기준)은 톤당 521달러로 연초보다 45.9% 올랐다. 철광석 가격은 톤당 154달러로 연초 대비 28.3% 상승했다.
철강업계는 최근 제품 가격을 두차례 인상하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달 열연강판 가격을 톤당 5만원 올린 데 이어, 이달 유통향 열연과 냉연 가격을 각각 톤당 10만원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포스코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개선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전년 동기보다 9.17% 증가한 1조6947억원이다.
철강 제품(후판)으로 선박을 건조해야 하는 조선사는 곤란한 상황이다. 철강 제품 가격 인상분을 실시간으로 선박 가격에 반영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협상에서 결정되는 후판 가격은 올해 초 수주 계약을 맺은 물량에 소급적용된다. 이미 판매 가격이 결정된 상황에서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오르면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다. 조선 3사와 철강업계는 상반기 후판 가격을 협상하고 있는데 인상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의 1분기 영업손익은 140억원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말 컨센서스(20억 영업손실)에 비해 적자폭이 커졌다.
◇고유가에 정유업계 '역대급 실적' 석화업계 '이중고' 한전 '최악의 적자'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7일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 1월4일(52.49달러)보다 27.5% 오른 97.41달러를 기록했다. 한때(3월9일) 127.86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점차 안정되고 있지만 지난해 초(50.5달러)와 비교하면 92.9%나 상승했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호조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도 호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컨센서스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6.43% 증가한 1조472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컨센서스보다 37.7%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유가 급등이 지정학적 이슈 때문인 만큼 언제든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돼도 문제다. 수요가 위축돼 수익을 확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지난해 12월 811만배럴에서 올해 1월 737만배럴, 2월 631만배럴로 줄었다.
한국전력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한전의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5조2499억원이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전체 영업손실 규모(5조2292억원)보다 크다. 전기생산 원가에 결정적인 국제 유가와 유연탄 가격은 급등한 반면 연료비용 인상분은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전 세계적 탄소중립 추세로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수요가 둔화되고 있던 가운데 대(對)러시아 제재에 따른 나프타 가격 인상 폭탄까지 안게 됐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섬유 등의 주 원료로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나프타 가격은 지난해 1월5일 배럴당 51.21달러에서 지난 7일 93.93달러로 83.4% 올랐다. 석유화학사들은 고객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기 때문에 나프타 가격 인상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LG화학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434억원으로 2월 말 전망치보다 0.7% 줄었다. 전년 동기보다는 40.1%나 감소한 규모다. 컨센서스에 따르면 금호석유와 롯데케미칼의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4082억원, 116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3.4%, 81.4% 감소할 전망이다.
◇항공·해운은 유류비 부담 가중되지만…'물류병목' 운임 인상으로 상쇄
항공·해운업체들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유류 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물류 병목현상에 따른 운임 비용 상승으로 이를 상쇄하고 있다. 항공사들 영업비용에서 유류비는 30%를 차지한다. 해운업계는 15~20% 수준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유류 소비량이 약 3000만 배럴이다.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약 3000만달러(368억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국제 유가 상승 추세를 감안하면 항공업계의 1분기 유류비는 대폭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한항공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보다 483% 증가한 5923억원이다. 3개월 전 컨센서스보다도 89.2%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까지 해외 여행 심리 위축으로 여객 실적은 부진했지만 화물 운임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실적에 기여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HMM 역시 운임 인상으로 호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HMM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5892억원으로, 이는 전년 대비 154% 증가한 규모다. 3개월 전 컨센서스에 비해 51.1% 늘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미주 항로는 전년 대비 100%, 유럽항로는 350~400% SC(Service Contract, 운송계약) 운임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를 근거로 산출한 수익 증가분은 2조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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