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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파키스탄 총리 실각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0 08:02

수정 2022.04.10 08:02

[파이낸셜뉴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불신임 표결 뒤 10일(현지시간) 실각한 가운데 이에 항의하는 지지자들이 이슬라마바드 의회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불신임 표결 뒤 10일(현지시간) 실각한 가운데 이에 항의하는 지지자들이 이슬라마바드 의회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10일(이하 현지시간) 축출됐다.

야당이 주도한 의회 불신임투표가 통과된데 따른 것이다.

여당에서 반란표가 나오고, 연정 참여 핵심 정당 역시 칸 총리에 등을 돌렸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칸 총리가 축출되면서 파키스탄 최대 정당 가운데 하나인 파키스탄무슬림동맹(PML)이 총리직을 가져갈 전망이다.


칸 반대파들은 좌파부터 PML 등 극단적인 종교 정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연정을 구성한다.

칸은 지지자들에게 호소하고 나섰다.

그는 반대파가 미국과 공모해 자신을 총리에서 밀어냈다면서 지지자들에게 10일 전국적인 시위를 촉구했다.

칸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은 그러나 제한적이다. 당장 총리직을 되찾을 수는 없다.

다행히도 10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면 거리 시위를 동력으로 삼아 의회에 조기총선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칸은 자신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의회해산으로 피하려 했다. 조기총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불신임 투표 지속을 명령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야당이 2018년 총선에서 칸을 지지해 그의 당선을 도왔다고 주장하는 군부와 칸의 사이가 껄끄러워지는 상황에서 불신임 투표가 강행됐다.

파키스탄 군부는 독립 이후 75년의 절반 이상을 집권해왔던 터라 늘 민간 정부에 부담이 돼 왔고, 막후에서 영향력을 휘둘렀다.

칸이 실각한 것은 경제난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차질 속에 치솟는 전세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충격이 파키스탄에서 특히 혹독했다. 식료품 가격, 에너지 가격 폭등 속에 불만이 높아졌다.

그 와중에 파키스탄 루피화는 가치가 폭락했고, 수입물가는 더 뛰었다.

파키스탄 정국은 지난 수개월 혼돈 속에서 허우적댔고, 헌정 위기 속에 결국 대법원이 나서 사태를 수습했다.

칸은 8일 연설에서 자신의 정적들이 미국과 공모해 자신을 권좌에서 밀어낸 뒤 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러시아에 우호적인 자신의 외교정책이 미국의 반발을 불러 자신을 축출하려 한다는 주장이었다.

칸은 이어 지지자들, 특히 청년들에게 시위에 참가할 것을 호소했다.

청년층은 칸의 핵심 지지세력이다. 파키스탄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 영웅에서 보수 이슬람 정치인으로 탈바꿈한 칸이 2018년 집권하는데 주된 역할을 했다.

그는 청년들이 파키스탄 주권을 지키고, 미국의 독재에 대항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워싱턴 윌슨센터의 아시아프로그램 부책임자인 마이클 쿠글먼은 칸의 이같은 주장들이 파키스탄에서 제법 먹혀들 것이라고 말했다.

쿠글먼은 "파키스탄에서는 미 정책 동기에 관한 최악의 가능성을 믿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이같은 음모론적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이전에 미국이 파키스탄 정책에 개입한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AP에 따르면 파키스탄 국민들은 미국에 대해서도 섭섭한 마음이 많다.


9·11테러 이후 파키스탄인들 역시 이슬람 테러세력에 수천명이 목숨을 잃고, 군인 5000여명이 전사했지만 미국은 파키스탄이 테러와 전쟁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폄하해 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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