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尹정부 가상자산 정책, 증권형·非증권형 투트랙으로 편다

정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0 18:40

수정 2022.04.10 18:40

전통적 자산 기반한 토큰 발행
필요하다면 자본시장법 개정도
"주요국 이미 도입… 적극 나서야"
원화거래소 2~3곳 더 허용할 듯
독과점 해소·투자자보호 취지
尹정부 가상자산 정책, 증권형·非증권형 투트랙으로 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부동산이나 주식, 그림 등 전통자산을 담보로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증권형토큰(STO)'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독일 등 해외에서 STO가 활성화되고 있어 국내에서도 법률 정비 등 선결과제를 확인하고,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융위, STO 도입방안 보고

10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STO 발행 허용과 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공개(IEO), 가상자산 공개(ICO) 허용 등 윤석열 당선인의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인수위에 보고하고 협의를 시작했다.

인수위 내부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인수위는 새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눠 추진하는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형 가상자산은 전통자산을 기반으로 토큰을 발행하는 것이라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고, 거래 플랫폼을 어느 것으로 할 것인지 제반 검토사항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증권형 가상자산의 경우 IEO와 ICO를 허용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우선 STO 도입과 활성화를 위해 기존 자본시장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현재 상황을 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STO 도입 이후 거래 플랫폼을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로 할 것인지, 한국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에서 담당할 것인지 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해외 주요국에서 STO를 도입하고 본격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STO에 대한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의 경우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확인한 후 규제에 적합하면 STO를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선박 소유 지분을 이더리움 기반 토큰으로 발행하는 것을 허용했다. 권오훈 차·권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는 "주요국들이 이미 도입한만큼 금융위도 STO 도입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거래소 추가허용도 논의

금융위는 인수위에 원화거래를 지원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2~3개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과정에서 원화마켓 거래소를 4곳만 허용해 사실상 독점적 특혜를 부여했다는 지적에 대안을 만든 것이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8일 "가상자산 공약 관련 사항은 현재 내부 논의와 검토가 진행 중"이라며 "아직은 확정된 것이 없다는 것이 해당 분과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원화마켓 거래소를 늘리는 방안은 윤 당선인의 '디지털거래계좌와 은행을 연계시키는 전문금융기관 육성' 공약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윤 당선인은 △가상자산 비과세한도 5000만원 상향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국내 ICO 허용 등을 공약한 바 있다. 권 변호사는 "현재 금융위는 은행에 대한 규제를 통해 원화 거래소를 통제하고 있다"며 "시중은행이 아니라 좀 더 가벼운 형태의 현금과 가상자산 교환이 가능한 방식으로 디지털자산 전문금융기관을 육성하면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상자산 시장 독과점 상황이 굳어져 가고 있어 단순히 원화마켓 거래소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 등의 과제를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가 여러 은행과 실명계좌 발행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해줘야 가상자산 산업에서 투자자를 위한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 회장(서강대 교수)는 "지금처럼 1개 거래소와 1개 은행이 매칭돼 있는 형태로는 투자자를 위한 선의의 경쟁이 벌어질 수 없다"며 "당국이 관리 감독의 편리성 뿐만 아니라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까지 고려한다면 꼭 지켜야 할 규제 이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가티브 규제 방식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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