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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허니문 뒤 날아들 외교청구서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0 19:10

수정 2022.04.10 19:10

[강남시선] 허니문 뒤 날아들 외교청구서
미국, 중국이 정권 교체기에 있는 한국에 대한 이례적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우방국인 미국뿐만 아니라 외교갈등을 빚어온 중국까지 관행을 깬 외교 행보를 한국의 차기 정부를 향해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윤석열 당선인이 당선증을 받기도 전에 전화로 축하 인사를 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당선증을 받기도 전에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전례 없는 기록을 남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퇴근한 뒤 워싱턴 숙소에서 윤 당선인과 전화하는 정성까지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당선인과 통화 직전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과 함께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를 불러 반도체 공급망 회의까지 가졌다.
양국 간 공급망 핵심 이슈인 반도체 부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새 한국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공조를 요구하겠다는 일종의 메시지를 보인 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윤 당선인과 이례적인 첫 통화를 가졌다. 윤 당선인은 역대 당선인 가운데 처음으로 대통령 취임 전에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가졌다. 중국이 한국 대통령 취임 전의 당선인과 통화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스스로 깬 것이다.

또한 시 주석과 통화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다음 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중국을 외교 후순위로 둔 윤 당선인의 외교 기조를 볼 때 더욱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미동맹 강화를 주요 외교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나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단계적 가입을 약속했다. 이들 공약은 문재인 정부가 중국 측의 반발을 우려해 추진에 난색을 보여왔던 것들이다.

윤 당선인의 초강수에 시 주석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사드 배치 결정 후 악화일로를 걸었던 한중 관계의 선례를 되풀이할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가 거리를 둬 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윤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갖고, 그동안 경색된 한일 관계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외교관계 개선 기대감도 무색하게 통화 직후에 일본 문부과학성은 우편향된 고교 역사교과서 검정 결과를 곧바로 발표하면서 뒤통수를 쳤다. 새 검정 교과서는 한일 관계의 아킬레스건인 종군 위안부 및 강제 연행에 대한 직접적 표현을 삭제했다.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는 기술이 그대로 유지됐다.

정권 교체기에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전까지 보통 호의적인 언론의 평가 등으로 허니문 기간을 갖는다.
글로벌 외교가에서도 윤 당선인은 허니문 기간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
허니문의 단꿈에 빠져 외교적 실책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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