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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이면도로도 주차단속 대상 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0 19:10

수정 2022.04.10 19:10

[차관칼럼] 이면도로도 주차단속 대상 된다
최근 주차문제로 인한 민원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0년 민원동향을 분석한 결과 '주차위반'이 첫 번째 핵심어로 나타났다. 2020년 한 해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 1032만여건 중 주차위반 관련 민원이 191만건으로 전체의 약 19%에 달할 정도로 주차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턱없이 부족한 주차공간이겠지만 차량의 원활한 통행과 타인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일부 사람들의 도덕 불감증, 이에 따른 무분별한 주차가 문제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다.

그나마 차량이 주로 다니는 차도의 경우 주차금지 구역이 법으로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 불법 주정차 단속이 용이한 편이다. 그러나 차도와 보도의 구별이 없는 이면도로(裏面道路)는 뚜렷한 기준이나 확인 가능한 표식이 없어 단속에 혼란이 일기도 한다.


이면도로는 보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일반적으로 폭 9m 미만의 좁은 도로로 생활도로라고도 부른다. 거주지 주변의 좁은 도로이기 때문에 주정차 금지구역을 표시하는 황색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곳도 많다. 이렇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면도로는 주차 단속을 할 수 없는 영역으로 생각한다. 정말 그런가.

우선 법령을 살펴보자. 도로교통법 제32조는 교차로, 횡단보도와 같이 주정차가 금지되는 위치를, 제33조는 터널 안, 다리 위 등 주차가 금지되는 장소를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조항은 제34조다. 제34조는 주정차 금지 장소가 아닌 운전자가 주정차 시 지켜야 할 주정차 방법을 규정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1조 제2항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제1항에 따라 정차하거나 주차할 때에는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교통방해 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161조는 제32조 내지 제34조 위반 시 2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도록 벌칙을 정하고 있다.

최근 권익위에 접수된 민원 사례를 보면 A씨는 막다른 골목에 위치한 다가구 주택에 살고 있는데 집 주차장 앞에 버젓이 주차된 차량 때문에 출근시간마다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골머리를 앓던 A씨는 관할 지자체에 주차 단속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주택 앞 도로가 이면도로라 단속이 어렵다는 말뿐이었다.

이에 권익위는 이면도로에 주정차하는 차량도 도로교통법 등 관련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점,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 제2항에 따라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는 점, 주차장 앞에 무단 주차하는 등 진출입을 막거나 차량통행을 불가하게 하는 것은 교통을 저해하는 교통방해 행위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관할 지자체에 이면도로 주차차량도 단속하도록 시정권고했다.


주택가 이면도로라도 교통방해 금지의무를 어긴 주차는 단속 대상이 된다. 주차장을 획기적으로 확충할 뾰족한 묘책이 없는 한 주차분쟁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운전자 개개인이 기본적인 교통규범을 준수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주차예절을 실천하며, 담당 공무원이 법령 취지와 국민 고충을 헤아려 더 적극적으로 민원을 처리한다면 불필요한 주차분쟁이 많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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