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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참犬 시점' 히어로의 일기 ②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9 07:00

수정 2022.05.09 11:30

파이낸셜뉴스가 네슬레 퓨리나와 함께 진행하는 반려동물 수기 공모에 앞서 애독자 한 분이 보내온 글을 '전지적 참견(犬) 시점-히어로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6회에 나눠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전지적 참犬 시점' 히어로의 일기 ②

■우리 아빠는 히어로 괴롭히기 선수?

엄마와 아빠는 오늘이 주일인데도 아침 새벽부터 나가셨다. 할머니 모시고 교회를 가신 거다. 나가고 난 뒤에 부엌을 들어가 보니 내 밥통은 아침밖에 안되겠고 물통에 물도 오전이면 바닥이 나게 생겼다. 도대체 왜 외출을 하면서 밥도 제대로 챙겨주지도 않으시는지..

요번 주일은 외롭기도 하겠지만 배도 곯게 되었으니 정말 재수 더러운 주일이 되고 말았다. 기도도 할 줄을 모르는데 금식부터 훈련을 시키는지. 주님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히어로의 허기짐과 외로움은 전혀 모르시는지.

근데 어? 오전 11시가 되니 두 분이 다 들어오셨네? 이게 웬일인감?

들어오자마자 엄마에게 신나게 꼬리치고 신나게 환영해주고, 아빠랑은 침대에서 또 한 번 메다 꽂히는 곤욕을 당하고, 그러더니 두 분이 갑자기 또 시커먼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하셨다.
이상한 모자, 양말, 바지와 재킷 등을 입는 것을 보니 등산을 가시는 것 같다. 이제 아빠가 골프에서 등산으로 취미를 바꾸셨나? 암튼 뭐를 하시던지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좋은데 어디 히어로와 함께 즐기는 건강관리 방법을 배우셔야지!

또 마른 닭고기 한 조각을 휙 던지시더니 두 분이 횡~ 하니 나가버리셨다. 그래서 히어로는 다시 외로운 일요일이 시작된 것이다. 근데 닭고기 맛이.. 이게 영 장난이 아니네.. 둘이 먹다가 누나가 죽어도 난 모르겠다.

지난주 한주간도 난 정말 새로운 한국 생활과 아빠와의 기싸움에 영 기진맥진 하고 말았던 한 주간이었다.

■오늘도 히어로 놀이 "히어로는 즐거워"

하루는 아빠가 저녁에 들어오시더니 샤워를 하지 않고 세수만 하겠다고 하였다. 이제 세수를 하고 나면 나와 좀 놀아주겠지 하는 기대로 세수하는 아빠의 뒤에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아빠가 카악! 하면서 내 얼굴에 아빠 얼굴을 바싹 갖다 대는 거야. 어??? 어떻게 된 거야? 아빠의 얼굴이 갑자기 온데간데없고 이상한 하얀 가면이 내 눈앞에 나타난 거야. 얼마나 놀랬는지.. 난 그렇게 놀란 적이 정말 없었다. 깨갱하고 놀라서 달아나면서 들어보니 아빠가 얼굴에 비누칠을 하고서 나를 놀라게 하신거야. 홧김에 엄마의 기도방석에 오줌을 찍! 갈기고 침대 밑에 들어가서 놀란 가슴을 달래느라고 오랫동안 나오지도 못하고.. 아빠는 정말 히어로를 놀라게 하는데 선수다. 아빠는 변태인가보다. 키키.

또 하루는 들어오셔서 잠옷을 갈아입으시기에 침대 위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는데, 아니 갑자기 잠옷 바지를 히어로 머리 위에 확 뒤집어씌우시는 거야. 나는 너무 갑갑하고 놀라서 펄쩍 뛴다는 것이 침대 옆에 스탠드 탁자 위로 굴러 떨어져서 옆구리를 탁자 모서리에 사정없이 부딪치고 말았다. 얼마나 아프고 놀랐는지.. 젠장, 잠옷은 아빠나 입지 왜 히어로한테 입혀서 히어로 갈비뼈를 부러질 뻔하게 만드시는지. 나는 또 침대 밑에 들어가서 한동안 나오지도 못한 체 누나와 형을 그리면서 저녁 식사를 기다리고 말았다.

어제 아침에는 역시 아빠는 평소와 같이 새벽에 일어나서 세수, 면도 등을 다 하고 아빠의 화장대에서 화장을 하고 계셨다. 흠! 이제 기도를 하러 들어가시겠구나.. 하고 잠시 방심을 했더니 갑자기 아빠의 턱에 바르던 이상한 화장수를 내 얼굴에 갖다 비비는 거였다. 아구! 갑자기 얼굴과 눈이 따갑고 머리는 어지럽고 기침과 재채기가 나기 시작했는데.. 영 감당이 안 되는 거다. 나중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가만히 살펴보니 이건 또 아빠의 애프터 쉐이브 스킨을 내 얼굴에 갖다 바르셨어. 아니! 난 수염을 깎지도 않았고 또 세수도 하지 않았는데 그 독한 스킨을 갖다 발랐으니.. 히어로는 아직 암독수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장가를 갈 나이도 아닌데 왜 얼굴에 화장을 시켜서 강쥐를 질식시킬 일이 있는지!

■역시 최고의 음식은 소고기?!

어제 저녁은 오랜만에 엄마, 아빠가 집에서 소고기를 구워 드시더라. 정말 오랜만에 맡아보는 구수한 스테이크 냄새에 히어로는 정말 환장하겠더라. 열심히 아빠 곁에서 재롱을 떨었더니 역시 아빠는 음식은 관대하시거든. 고기를 주시는 거야. 한 덩어리를 뭉텅이로 주시나 했더니 에게게~ 이건 히어로 어금니 사이에 낄 정도로 아주 작은 기름 섞인 고기 부스러기였다. 정말 히어로 자존심이 영 구겨지는 순간이었다. 어디 고기 못먹어서 환장을 한 히어로인줄 알았던지 그래도 어쩌나. 한쪽을 더 얻어먹으려면 열심히 재롱을 떨어야지. 앞발을 들고 뒷다리로만 서서 아빠를 쳐다보려고 했더니 등산은 엄마, 아빠가 했는데, 다리는 내 다리가 아팠었다.

드디어 아빠의 맘을 움직여서 조금씩 고기 덩어리가 커지고 기름도 없는 아주 양질의 스테이크를 실컷 먹을 수가 있었다. 이제 다 먹고 트림을 조금 하려고 하는데 아빠가 또 손가락에 이상한 국물을 묻혀서 주시는 거였다. 아하~ 고기 먹고 나서 먹는 된장찌개로구나 하면서 내심 아빠는 역시 식도락가이시구나 하고 덥석 빨아 먹었더니 이게 또 처음 먹어보는 맛이야. 고소하기도 하고 조금 느끼하기도 하고.. 어? 근데 갑자기 속이 영 메스꺼운 것이 금방이라도 토할 거 같아. 컥컥 하고 겨우 참고서 고비를 넘기고 보니 아빠가 접시에 남은 참기름을 찍어서 히어로에게 시식을 시킨 거야. 미리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참기름을 주셨으니 어렵게 얻어먹은 스테이크를 다 토할 뻔 했었다. 역시 식사는 소고기가 최고였다. 지금 생각하니 참기름도 참 건강과 미용에 좋은 후식(?) 같았다. 처음이라 비위가 약간 상하긴 했지만.

■다음주에는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또 새로운 한 주간이 시작되었다. 이번 주는 또 어떤 사건들이 나를 놀라고 힘들게 할지 정말 초조하고 궁금해지는구나. 누나는 어디를 갔는지, 형은 또 어디서 뭘 하면서 암독수리 잡는지, 털이 유난히 많이 빠지는 것 같네. 이러다가 대머리 히어로가 되는 건 아닌지. 엄마는 자꾸 “히어로야~ 우리 털 깎으러 갈까” 하고 겁을 주시고, 털을 깎는데 돈이 꽤 들어갈 텐데.. 또 내 취향에 맞는 미장원이 한국에도 있으려나? 에구 모르겠다. 낼 걱정은 낼 하자. 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알리사(alisa)

◎반려동물과의 '아름다운 동행' 수기 공모합니다

‘반려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파이낸셜뉴스와 네슬레 퓨리나가 반려동물 수기를 공모합니다. 반려동물과의 특별한 인연이나 감동적인 스토리,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반려인의 일상, 기타 반려동물과 관련한 각종 사연을 에세이 형식으로 보내주시면 심사를 통해 최우수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5명에게 푸짐한 상품과 함께 수기 발표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공모주제 : 반려동물과의 '아름다운 동행'
-반려동물과의 인연 및 감동적 스토리
-반려동물 키우기 등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일상
-기타 반려동물과 관련한 각종 사연 등
■공모기간 : 2022년 5월 2일~6월 10일
■접수방법 : 이메일(petopia@fnnews.com) 접수
■원고형식 : 자유(글+사진+그림), 200자 원고지 15매 이내 ※숏폼 동영상 첨부시 가산점 부여
■시상계획
-최우수상(1명, 200만원 상당 애견용품)
-우수상(2명, 100만원 상당 애견용품)
-장려상(5명, 20만원 상당 애견용품)
■결과발표 : 2022년 6월 23일 창간 22주년 기념호 신문지상 및 본사 홈페이지 공지 후 수상작 온라인 게재
■협찬 : 네슬레 퓨리나

■유의사항
-1인 1작품까지 공모가 가능합니다.

-수상작에 대한 소유권 및 상표권을 포함한 저작 재산권은 주최측에 귀속됩니다.

-당선작으로 결정된 이후라도 추후 민원 발생 및 표절작이 밝혀지는 등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수상 취소 및 상금 회수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응모작의 저작권으로 발생한 민형사상 책임은 제출자에게 있습니다.

-시상금은 제세공과금을 제외한 후 지급됩니다.


-공모전 일정과 내용은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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