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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강조하는 새정부… 통폐합 1순위는 한전 발전자회사 [정권교체기 휘둘리는 공공기관]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1 18:28

수정 2022.04.11 19:26

(上) 경영평가에 초긴장
文정부서 덩치 커진 공공기관
부채도 꾸준히 늘어 544조원
경영평가 결과는 6월에 나와
등급 따라 기관장 해임 등 페널티
실적에 방점땐 구조조정 불가피
MB때의 '민영화' 다시 나올수도
효율 강조하는 새정부… 통폐합 1순위는 한전 발전자회사 [정권교체기 휘둘리는 공공기관]
■공공기관장 66% "임기 1년 이상 남아"

11일 정부와 공공기관 공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2022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적용·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공공기관은 350곳이다.

이 중 66%가 기관장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놓고 있다. 2년 이상 남은 곳은 43%에 달한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상당수가 새 정부 임기 중반기인 2024년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나뉜다. 알리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기업은 4곳, 준정부기관은 11곳 정도의 기관장이 현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일자리수석이었다. 준정부기관의 경우 김춘진 aT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기동창이다.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쳤다. 이 밖에 기타공공기관은 22명 정도다.

문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공공기관장을 잇따라 새로 임명했다. 한국농어촌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철도공사 등이다. 협회, 공사, 공단, 재단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이사, 감사까지 망라하면 더 많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년마다 신구권력의 공공기관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갈등 증폭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등 핵심 공공기관장은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는 일종의 '엽관제'를 도입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엽관제는 정권을 잡은 정당이 공직을 그 정당에 봉사한 대가로 분배하는 인사 관행을 말한다. 정당정치가 발달한 영국과 미국에서 시작됐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나머지 비핵심 공공기관은 업무의 일관성을 위해 임기를 보장하는 형태로 하는 투트랙 전략을 선택하면 혼란은 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은정부론'…공공기관 덮치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친시장과 작은 정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 주도 정책을 편 현 정부에서는 정부 규모도 커졌지만 공공기관 덩치도 커졌다.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공공기관 임직원은 44만3570명으로 2017년보다 10만명가량 증가했다. 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32만8479명)과 비교하면 35% 늘었다. 하지만 공공기관 재정건전성은 악화일로다. 공공기관 부채는 2016년 500조3000억원에서 2020년 544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지방공기업은 2조원대 당기순손실 속에서 부채 54조4000억원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인력구조, 경영실적 등을 감안할 때 새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면 통폐합 등 구조조정과 경영효율성 강화, 민영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공공부문 개편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통폐합 등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은 곳은 발전부문 공기업이 꼽힌다. 현재 한전의 5개 발전자회사가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한전이 판매하는 형태로 분리돼 있다. 하지만 5개 발전자회사의 비즈니스모델이 똑같아 비능률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또 탄소중립 달성 등을 위해서는 한전과 자회사들의 역할이 큰 만큼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이 최근 이 같은 논리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공공기관들은 새 정부가 정부조직개편도 출범 이후로 미룬 상황에서 개편방안이 당장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획재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주목하고 있다. 130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3∼4월 기관 서면평가 및 실사를 거친 후 정부 출범 후인 6월 20일께 최종 결과가 나온다. 130개에는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 주요 공기업 36곳과 국민연금, 근로복지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준정부기관 94곳이 포함돼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6월 경영평가를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는 임직원이 많다"고 밝혔다.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 해임, 임직원 성과급 삭감 등의 페널티가 부여되고 추후 통폐합, 구조조정 등의 근거로 활용될 여지도 있어서다.

실제 과거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전 정부들과 연루 의혹이 불거졌던 공공기관들의 경영평가 등급이 줄줄이 하락한 적이 있다. 당시 평가 결과 한국마사회, 한국수자원공사, 국민연금 등의 경영평가 등급이 전년보다 최대 2단계 내려갔다. 이들 기관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4대강 사업 등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대통령직인수위 등에 이른바 '이명박(MB)맨'들이 대거 자리잡은 것도 공기업 전반의 개혁 가능성을 높게 보는 요인이다. MB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6차례 발표하고 통폐합, 경영효율화 등 강도 높은 개혁을 한 적이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경영평가지표 중 사회적 가치 비중이 높았는데 새 정부는 효율성에 방점을 찍으면서 인원감축 지표가 중요해질 수 있다"며 "MB 이후 박근혜 정부, 문 정부 때 조금씩 정상복구했는데 평가지표에 이게 또 들어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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