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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신중한 원희룡,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너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1 18:44

수정 2022.04.11 18:44

윤 당선인 "부동산은 독배"
집값 안정 흔들리면 안 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2동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2동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정책 수정에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원 후보자는 11일 "잘못된 가격신호로 갈 수 있는 규제완화나 공급은 윤석열 정부의 미래 청사진에는 없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에 대해선 "많은 문제점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책은 한쪽 요구와 입장만 가지고 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는 5월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집값이 꿈틀댈 조짐을 보인다. 원 후보자의 신중한 접근은 매우 바람직하다.

원 후보자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맨 앞에서 비판한 인물이다.
지난해 4월 당시 원 제주지사는 제주도 공시가격 산정이 엉터리라며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제주도 공동주택 7채 중 1채인 2만1226가구에서 공시가격 오류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이례적으로 반박자료를 내고 원 지사와 공방을 벌였다. 사실 국토부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으로 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악연'에도 불구하고 원 후보자는 "지나친 규제완화나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신중하게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사감(私感)을 버린, 공직자다운 태도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시장친화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진 가장 큰 원인도 부동산 실책에 있다. 특히 민주당이 2020년 총선 압승을 바탕으로 밀어붙인 임대차 3법과 보유세 강화를 두고 원성이 높다. 원 후보자는 "집값의 장벽이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현대판 신분계급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을 수정하는 목적이 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에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행여 새로운 정책이 집값 안정을 흔들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부동산을 악으로 보는 이념적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 현 정부가 반면교사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3년6개월 재임하는 동안 시장을 외면한 채 오로지 청와대와 발을 맞췄다. 그 결과 집값은 다락같이 올랐고, 이는 곧바로 민심 이반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당선인은 원 후보자를 내정하면서 "(부동산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독배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원 후보자가 앞으로 영광의 잔을 마실지 독배를 마실지는 스스로 하기 나름이다.

원 후보자를 두고 부동산 비전문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맞는 말이다. 다만 원 후보자는 3선 의원 출신으로, 제주지사를 지낸 중량급 정치인이라는 데 기대를 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부동산 정책을 바꾸려면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다. 현재로선 민주당은 그럴 뜻이 없어 보인다.
당장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3월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인수위가 부동산 정책을 폐지하거나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원 후보자는 "정무적인 조율에 대한 전문가로서 제가 투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정치력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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