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상하이 봉쇄 베이징에 재현될까. 교민과 기업 '불안'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2 13:51

수정 2022.04.12 13:51

- 중국 코로나19 최후의 보루 베이징 강도 높은 봉쇄 우려
- 기업인들 출장 미루고 필수 미팅도 왕징 외부 등 안전 지역에서
5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봉쇄된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소호 건물 주변으로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5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봉쇄된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소호 건물 주변으로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상하이 장기 봉쇄 고충이 전해지면서 수도 베이징에 진출한 교민과 한국 기업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베이징은 중국 코로나19 확산의 마지막 보루라는 인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염병에 안전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상하이보다 강력한 통제도 가능하다는 비관론이 상존한다.

12일 베이징위생건강위원회와 중국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 교민의 우려는 지난 3일 차오양구 왕징에서 최초의 감염자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왕징은 한국인 다수 거주 지역이다.


첫 감염자는 대형 쇼핑·사무 빌딩인 소호(SOHO)에서 외국 의류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옷가게 직원이다. 이 감염자를 시작으로 동거인, 동료 점원 등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점진적으로 확산됐고 지난 8일까지 직원 10명, 가족 및 동거인 8명, 매장 방문 고객 3명, 기타 인원 6명 등 모두 27명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됐다. 베이징에선 차오양구 외에도 펑타이구 등에서 감염자는 지속해 나오고 있다.

베이징 보건 당국의 통제는 상하이 못지않게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소호 건물 3곳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 여전히 바리케이드가 설치됐고 진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한 교민은 자녀가 소호 건물 3곳 중 한곳의 커피전문점을 다녀갔다는 이유로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아파트 현관문에는 출입 여부를 확인하는 센스도 설치됐다고 교민은 전했다. 기업인 역시 소호 내 훠궈 전문점을 찾았다가 2주간 일정으로 자가격리 중이다. 한국 지방 본부 관계자는 사무실이 소호 내에 있어 격리 대상이 됐다.

중국 보건 당국은 동선이 겹치지 않더라도 같은 건물을 방문했다는 명분으로 2주일 자가격리를 요구하고 있다. 격리는 출근과 등교가 차단된다는 것을 뜻한다.

소호 건물 주변을 지나가기만 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이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대화방에는 소호 건물 옆을 지나갔다가 건강앱에 팝업창이 뜨는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무실이나 음식점 등에 들어갈 수 없으며 일상에 지장을 받게 된다.

왕징에서 한국인이 주로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다수는 이미 최소 3차례 이상 핵산 검사를 받았다. 보건 당국과 지역 사회는 표현상 ‘권고’라며 핵산검사를 안내했지만 ‘강력’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서 사실상 강제했다.

이런 상황에 상하이의 봉쇄와 교민 고충까지 전해지면서 베이징 교민의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교민들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쌀이나 생수, 라면, 화장지 등 식료·생필품 구매에 나섰으며 모임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인 밀집지역 왕징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4일 오후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핵산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인 밀집지역 왕징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4일 오후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핵산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주중 한국대사관과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국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재외동포재단이 파악한 베이징 교민의 수는 유학생 1만1000명을 포함해 4만여명이다. 다만 중국의 코로나19 국경 봉쇄 이후 귀국한 뒤 중국으로 돌아온 유학생 수는 1200여명에 그친다. 또 2020년 이후 베이징의 수차례 봉쇄로 타격을 입은 교민 중 상당수도 인천행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따라서 현재 남은 교민은 최대 2만~2만5000여명 수준일 것으로 대사관은 파악하고 있다.

기업도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기업인들은 베이징 보건 당국 발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필수 미팅은 왕징 이외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에는 2020년 기준 코트라에 등록된 한국 기업만 380여곳에 달한다. 대부분 중국 사업을 위한 본사를 베이징에 두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LG·SK·현대·포스코·두산·CJ 등 대기업과 신한·하나·우리·국민·기업·농협 등 금융권, 공공기관, 공기업들이 베이징을 중심으로 중국 곳곳에서 활동한다.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한국 기업의 수는 대폭 늘어난다.

중국한국상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출장조차 자제하고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겪고 있는 고충을 지금 취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와 베이징 외 다른 도시에서도 감염자는 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의 허브 광둥성 광저우시는 전염병 확산 조짐에 시민 1500만명 전원을 대상으로 PCR 검사에 들어갔다.
광저우엔 오리온과 코스맥스 생산공장 등 한국기업 100여곳(코트라 기준)이 진출해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