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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 걸음] 망사용료법 언제까지 미룰 건가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2 18:12

수정 2022.04.12 18:12

[이구순의 느린 걸음] 망사용료법 언제까지 미룰 건가
메타버스라는 말을 빼놓고는 기업들의 전략을 얘기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페이스북은 아예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꿨고, 소니와 레고는 메타버스 사업에 적극인 에픽게임즈에 2조5000억원을 흔쾌히 투자했다. 국내 기업들도 금융, 유통, IT 등 영역을 불문하고 메타버스 사업거리 찾기에 혈안이다. 정부도 메타버스를 차세대 산업으로 점찍고 개발자 육성, 기술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메타버스라는 게 쉽게 말하면 아바타라는 '디지털 나'를 만들어 다른 디지털 사람들과 소통하고 거래할 수 있는 인터넷 가상공간이다. 인터넷에 새로운 세상이 건설되는 만큼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데는 데이터도 엄청나게 필요하다.
현재 사용되는 데이터보다 1000배 이상 많은 데이터가 지연 없이 안정적으로 전송돼야 메타버스가 구현된다고 한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도 통신망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결국 메타버스는 공염불이라는 말이다. 우리 국회에 통신망을 사용하는 대형 부가서비스 사업자가 합리적인 망 이용료를 내고 계약을 하도록 의무화하는 일명 '망사용료법'이 7개나 발의돼 있다. 1년이 다 됐지만 아직 법률로 완성되지 못한 채 대기 중이다.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기업 SK브로드밴드에 망사용료를 내지 않겠다고 소송을 벌이고 있는 과정이라 특정 기업을 겨냥한 규제라는 뒷말도 있어 국회가 주춤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있다.

이제 망사용료법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될 것 같은 분위기다.

사실 제페토나 이프랜드 같은 국산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세계시장 선점의 잠재력을 인정받는 배경에는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한 5세대(5G) 이동통신망이 있다.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망이 받쳐주니, 국내 기업들은 메타버스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글로벌 대형 콘텐츠사업자가 한국의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망을 쓰면서도 통신망 이용료를 안 내겠다고 버티면 손쓸 도리가 없는 게 우리 제도의 현실이다. 게다가 막대한 통신망 구축비용을 대고도 정당한 사용료를 받을 수 없다면 통신회사들은 앞장서 통신망에 투자할 이유가 없게 되니, 차세대 인터넷산업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텔레포니카 같은 유럽 13개 통신회사들이 글로벌 콘텐츠 제공사업자를 향해 "합리적인 망사용료를 내라"며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도 미래 투자를 위한 복안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러니 망사용료법이라는 제도를 먼저 마련하는 것이 메타버스산업 육성과 발전을 얘기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되지 않을까 싶다. 결국 망사용료법은 특정 기업을 겨냥한 규제가 아니라 메타버스와 차세대 인터넷 세상을 위한 질서인 셈이다.
세계 최고의 통신망을 자랑하는 한국의 국회가 망사용료법으로 차세대 인터넷 세상의 글로벌 기준을 세우는 것을 더 미루지 않았으면 한다.

cafe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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