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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윤석열·박근혜 회동, 보수통합 첫발 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2 18:12

수정 2022.04.12 19:07

"미안한 마음 말씀드렸다"
국민통합의 디딤돌 기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해 박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해 박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다. 윤 당선인은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갖고 있는 미안한 마음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께서 제대로 알려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윤 당선인은 이어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정중하게 요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가능하면 참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보수세력을 하나로 묶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두 사람은 악연이 있다. 2013년 당시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이른바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박근혜 정부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결국 윤 팀장은 직무에서 배제됐고,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해 10월 윤 지청장은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와 국정원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도 이때 나왔다. 이후 윤 지청장은 대구고검·대전고검 등 한직을 떠돌았다.

악연은 2016년 12월 박영수 특검팀이 출범하면서 도졌다. 당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는 수사팀장으로 특검에 합류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고, 이후 박 전 대통령이 긴 재판을 받는 동안 윤석열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으로 발탁되는 등 승승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윤 당선인 말마따나 이제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윤 당선인은 문 정부에서도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서다 결국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를 바탕으로 국힘에 입당했고 결국 대선 승리를 일궜다.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대립보다는 협력할 일이 더 많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1940년 하원 연설에서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우선 독일과 싸울 일에만 집중하자는 호소는 큰 울림을 낳았다.

윤 당선인은 유세 내내 통합을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과 만남을 계기로 보수세력 내 통합은 물론 국민통합에도 한발 더 내딛길 바란다.
그러려면 진보 더불어민주당과 협치가 불가피하다. 민주화 이후 어떤 대통령도 지역·세대·성별을 넘어선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했다.
윤 당선인이 진정한 국민통합을 통해 성공한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열기 바란다.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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