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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아프리카 기아해결의 열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2 18:42

수정 2022.04.12 19:14

[특별기고] 아프리카 기아해결의 열쇠


굶주린 아이가 진흙 빵을 먹는 모습을 담은 공익광고가 있다. 아프리카의 심각한 기아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안타까운 장면이다. 잘 알다시피 선진국은 아프리카의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심양면 돕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5만t의 쌀을 아프리카에 구호물품으로 보냈다. 훨씬 이전인 1980년대부터는 아프리카 맞춤형 벼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관련기관에서도 벼 생산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아프리카가 기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기아 상황은 최근 더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식량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만성 기아 지역인 아프리카의 피해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국제기구보고서를 보면 수천만명 이상이 심각한 기아에 노출된 상황임을 예측할 수 있다.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적 여력이 있는 나라의 국민들과 만성적 빈곤과 기아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 국민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천지 차이다. 선진국 국민들은 긴축생활로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겠지만, 아프리카 국민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아프리카 기아 문제 해결의 열쇠는 필요한 식량 생산성 증진이다. 아프리카에는 조, 테프, 옥수수, 카사바 같은 다양한 전통 먹거리가 생산·소비되고 있다. 이들 전통작물 생산과 더불어 최근 급격히 소비가 증가하는 식량이 바로 쌀이다. 최근 아프리카의 쌀 수입은 거의 2000만t에 육박한다. 무려 60억달러를 쌀 수입에 지출한다. 앞으로도 쌀 소비 증가는 지속될 것이고, 3년 뒤 약 2900만t이 수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 벼 생산성은 아시아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아프리카 식량부족 해결의 실마리는 쌀 자급률 향상에서 찾아야 한다. 아프리카 국민들이 원하는 수요만큼 공급이 이뤄지려면, 벼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아프리카에는 토종벼가 있다. 이들 토종벼는 생산성이 매우 낮다. 아시아의 고생산성 벼와 아프리카의 토종벼를 교배하면 아프리카 풍토에 적응하면서도 생산성과 맛이 우수한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고생산성 신품종을 아프리카의 드넓은 논에 심고, 아시아의 벼 재배 경험과 축적된 지식을 활용해 신품종을 개발한다면 벼 자급률 달성과 기아 문제 해결을 앞당길 수 있는 결정적 단초가 될 것이다. 현재 아프리카 벼 재배 생산면적은 1300만㏊이지만 벼 재배 가능면적은 무려 열 배 이상이다. 상당한 면적의 새로운 논을 더 만들어 낼 수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벼를 심은 논에 들어가 잡초만 제거해도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아프리카의 벼 생산성 향상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 실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는 벼 생산성 향상으로 '녹색혁명'을 이룬 경험이 있다. 벼 재배 기술혁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는 글로벌 리더로서 인류의 공존과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임과 의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프리카 식량 생산과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대감에 부응해 마땅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할 책무가 있다. 아직도 지구 반대편에는 기아로 목숨을 잃어가는 이웃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원조를 받았던 시절을 기억하며, 개발협력의 '국제적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권택윤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