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노우리 기자 = 국내 가전업계에 또다른 '비스포크(BESPOKE)’가 나타났다. 프리미엄 외국계 가전기업 뱅앤올룹슨(B&O) 이야기다.
맞춤형 양복이나 주문 제작을 뜻하는 단어 ‘비스포크’는 2019년 삼성전자가 비스포크 냉장고를 출시한 후 삼성전자의 맞춤형 프리미엄 가전을 뜻하는 브랜드 명칭처럼 사용돼 왔다. 그런데 3년 만에 이 명칭을 쓰겠다는 다른 가전업체가 등장한 것이다.
뱅앤올룹슨이 내세우는 비스포크 서비스의 주된 내용 역시 기본적으로는 다양한 소비자 취향에 맞는 맞춤형 가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뱅앤올룹슨 측은 자사 비스포크 프로그램의 고객 범위나 진행 방식이 삼성 비스포크 가전과는 차별화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고급 외제차 업계를 벤치마킹해 탄생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비스포크 도입한 B&O, 삼성 따라하기?…B&O "차별화 지점 많아"
전날(12일) 서울 강남 압구정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뱅앤올룹슨은 아시아 지역 중 최초로 시범 도입한 ‘비스포크 프로그램’ 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프로그램은 가전제품 전 영역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선택 폭을 대폭 넓힌 것이 특징이다. 원하는 색상과 소재는 물론, 선호하는 문구나 각인 등 세세한 조건까지 추가할 수 있다.
뱅앤올룹슨이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올해 처음 시행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유럽 거점 도시 6곳에 있는 매장에서 파일럿(시범 운영) 형태로 진행했다. 미국 시장에는 아예 도입되지 않았다. 아시아 시장에선 한국에서만 시범 운영 후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뱅앤올룹슨이 아시아 시장 중 한국을 가장 먼저 비스포크 프로그램 도입지로 꼽은 건 삼성 비스포크의 대대적인 성공을 의식한 결과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2019년 비스포크 냉장고 출시 이후 비스포크 가전 콘셉트를 생활가전 제품 전체로 확대했다. 가전 매출 중 비스포크 제품 비중이 80%에 달할 정도다.
스탠코 밀류셰프(Stanko Milushev) 뱅앤올룹슨 아시아태평양 디렉터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비스포크 서비스를 한국에 먼저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 “맞춤 제작 프로그램이 (한국) 소비자층 특성과 잘 매칭이 된다고 봤다”고 답했다.
다만 뱅앤올룹슨 측은 자사 ‘비스포크 프로그램’이 삼성전자 비스포크 가전과는 결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뱅앤올룹슨의 비스포크 시스템은 범위 자체가 굉장히 넓다”며 “삼성 비스포크는 가전 생산 과정을 모듈화했다면, 뱅앤올룹슨은 주문을 받으면 덴마크 비스포크 전담팀이 직접 하나하나 제품 조건을 조율한다”고 말했다. 선택 범위가 굉장히 넓은 만큼, 주문이 들어가면 제작 기간만 1년 가까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어 “뱅앤올룹슨의 비스포크 프로그램은 맞춤형 자동차를 생산하는 롤스로이스, 포르쉐 등에 조금 더 가까운 개념”이라고 부연했다.
◇'비스포크' 단어 상표권 독점 불가능…법적 문제는 없을 듯
같은 업계에서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법적 문제는 없을까.
결론적으로는 특별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스포크라는 단어가 기존에는 수제 의류를 포함해 다른 산업군에서 여러 맞춤형 상품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돼 온 만큼,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이 상표권으로 독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비스포크 가전과 관련한 상표권을 출원할 때 '비스포크'가 아닌 '삼성 비스포크'라는 이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단어 앞에 브랜드명을 붙여 식별력을 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국가, 동종업계 회사의 주요 브랜딩 단어를 다른 회사가 쓰는 경우가 흔치는 않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