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건조하게 '내연남도 계곡을 같이 갔어요'라고"
"이은해, 한 사람을 그냥 도구로 최대한 이용 흔적"
![[서울=뉴시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2/04/13/202204130925155821_l.jpg)
[서울=뉴시스]박선민 인턴 기자 =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로 공개 수배 중인 이은해씨가 2년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의 통화에서 남편 윤모씨가 사망한 계곡에 내연남과 동행한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그것이 알고 싶다' 김영태 PD는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했다. 여기서 그는 알려지지 않은 이씨와의 첫 통화, 제작 과정 등을 자세하게 털어놨다.
김 PD는 "저희가 보험 사건을 취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보험사와 분쟁 중인 분들의 연락을 기다린다는 제보 요청 글을 냈는데 메일이 왔다.
이씨는 2019년 6월 남편 윤모씨가 계곡에서 다이빙을 했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뒤 5개월이 지난 시점에 보험회사에 남편의 생명 보험금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험사기가 의심된다며 지급을 거부당하자 2020년 4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보험사의 만행을 고발한다는 취지로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
김 PD는 처음부터 이씨가 수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씨와 여러 차례 통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일단 남편이 사망한 사건인데 당연히 있어야 되는 어떤 슬픔, 안타까움 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건을 매우 건조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계곡에 놀러 간 사람들이 남편의 지인이 아닌, 본인의 지인들로만 구성돼 있었다는 것도 의아했다. 가장 결정적인 건 너무 건조하게 '제가 내연관계에 있었는데, 그 내연남도 계곡을 같이 갔어요'라고 제보 전화에서 말한 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씨의 이야기를 아무리 들어도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일단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기에 확인 차원에서 취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씨와 (내연남) 조현수씨가 '보통내기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다른 주제, 다른 화두로 말을 참 잘 돌렸다. 그리고 오히려 저한테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냐'고 먼저 더 공격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이 뭔가 이러한 불법과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을 많이 경험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목격자는 6명이다. 이씨와 조씨를 빼면 4명이 남는다. 김 PD는 "그중 공범으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도 있다. 또 사망한 윤씨를 처음 본 분도 있다. 그 무리에 처음 낀 거다. 목격자를 만들기 위한 섭외였다. 그러니까 이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어떤 다른 사람을 일부러 섭외하고 캐스팅해서 그 현장에 데리고 간 것이다. 그만큼 치밀하게 이 사건을 준비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제작진은 윤씨가 사망하게 된 원인부터 다시 되짚었고, 여러 우연에 거쳐 취재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리고 2020년 10월 '그것이 알고 싶다'는 '가평계곡 익사 사건 미스터리' 편을 내보냈다. 이후 재수사가 시작됐고 2022년 지난 달 30일, 이씨와 공범 조씨에 대한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이씨에 관한 후속 보도는 오는 23일 방송될 예정이다. 김 PD는 이씨의 이전 남자친구 사망사건, 이씨가 윤씨에게 복어독을 먹였다는 의혹 등을 다룬다고 예고했다. 그는 "2020년 파타야에서 있었던 사건도 이미 취재를 했다. 당시 방송에서 이은해 측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서 그런 부분을 일단 뺐지만 이번 후속보도에서는 그런 것들을 더 보강해서 방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편 윤씨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평범한 그리고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사실 그 누구도 뒤에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 좋은 이야기 하나씩 나오기 마련인데 윤씨는 유일한 흠이 너무 착하다는 것, 그러니까 착하다는 것이 흠이 되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저희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사망 당시 실제적으로 주머니에 돈 한 푼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날 뭘 먹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자신보다 한참 어린 사람들과 가평계곡에 놀러간다는 상황들이 선뜻 이해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씨와 남편 윤씨의 관계에 대해 김 PD는 "윤씨는 이씨를 정말 사랑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씨는 윤씨를 사랑했는가. 전혀 그렇다고 볼 수가 없다. 한 사람을 그냥 도구로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만 생각했던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씨가 남편 윤씨를 평소 어떻게 대했냐'는 질문에 김 PD는 "요구할 것을 아주 강단 있게 요구했다. '어떻게 해야 해'라고 지시를 내리고 서슴없이 요청했다. 윤씨가 어렵게 사는 걸 알아도 번 돈은 '다 나한테 줘야돼' 이런 식이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조씨는 윤씨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깍듯하게 대했다고 한다. 김 PD는 "형님이라며 비위를 맞춰줬다. 하지만 이용할 건 다 이용하는. 그래서 좀 더 악독하고 무섭게 보인다"라고 전했다.
김 PD는 "윤씨는 이씨와 조씨의 내연관계를 의심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모르는 척 외면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끝으로 "이씨, 조씨가 어떤 걸 상상하든 또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사기관과 저희 취재진들이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그냥 잘 있다가 잘 검거돼라, 이런 말을 하고 싶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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