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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규제 '태풍의 눈' 된 韓…구글·넷플 고위층 방한 줄 잇는 이유

뉴시스

입력 2022.04.14 08:57

수정 2022.04.14 08:57

기사내용 요약
구글, 방통위원장과 면담…"한국 법 준수하겠다" 강조
넷플 부사장, 국회 재방문 예정…'망 이용료법' 의견 내나
美·유럽서도 반독점·규제 움직임…한국 행보에 이목 쏠려
"규제 강화, 빅테크가 자초…위상에 맞는 해결 노력 보여야"

[필라델피아=AP/뉴시스]구글 휴대폰 아이콘. 2017.04.26.
[필라델피아=AP/뉴시스]구글 휴대폰 아이콘. 2017.04.26.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본사 임원들이 줄줄이 한국을 찾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국회의 규제 움직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우리 국회는 전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의무화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제정한 데 이어 콘텐츠 공룡기업들의 망 이용대가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이들 법안은 독점 논란이 일고 있는 주요 쟁점 현안에 가장 직접적이면서 구체적인 규제책들이다. 자국인 미국 정부는 물론 유럽연합( EU) 등 빅테크 반독점 규제를 준비 중인 주요 국가들이 한국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바짝 긴장한다. 한국 규제안들이 전세계 빅테크 규제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인앱결제강제방지법' 논의 위해 방통위 방문…강경대응 시사 일주일 만에

윌슨 화이트 구글 공공정책 부문 총괄임원은 지난 12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찾아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적용과 관련한 면담을 가졌다.

화이트 총괄의 방문은 아웃링크 방식의 외부결제를 금지하는 구글의 새 앱 마켓 결제 정책에 대해 방통위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 결과를 발표(5일)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인앱결제강제방지법이 지난해 9월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구글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발빠른 모습을 보인 셈이다.

이번 면담에서 화이트 총괄은 "구글은 그간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정책을 반기지 않는 앱 개발자들이 있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며 "개정법 준수를 위해 방통위와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인 수수료율 조정이나 아웃링크 허용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현재까지 구글이 취한 조치가 입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웹결제 아웃링크를 제한하여 실질적으로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행위가 발생한다면 이는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방통위는 인앱결제 또는 인앱 내 제 3자결제 방식만 허용하고 아웃링크를 제한하는 구글의 행위가 인앱결제강제방지법 및 시행령 등이 명시하는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구글이 아웃링크 제한행위 등을 이어갈 경우 실태점검, 사실조사 등을 거쳐 본격적인 제재에도 나서겠다며 강경대응을 시사한 상황이다.

◆넷플 부사장, 국회 또 온다…'망 이용료 의무화법' 입장 전할까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방한 중인 가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수석부사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원욱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방한 중인 가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수석부사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원욱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03. photo@newsis.com
넷플릭스 본사 임원도 규제 입법 대응을 위해 한국을 찾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지난해 11월에 이어 오는 19일 두 번째로 국회를 방문할 예정이다. 넷플릭스 측이 먼저 만남을 요청했다는 게 과방위 측의 설명이다.

과방위가 구체적인 논의 내용을 밝히진 않았으나, 가필드 부사장의 이번 방문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방위는 오는 20일로 예정된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 해당 법안을 논의 안건으로 올릴 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넷플릭스는 국내 ISP(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SKB)와 망 이용대가 문제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SKB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망 이용료를 납부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열린 1심 재판에서 "넷플릭스가 SKB에 망 이용료 채무를 지고 있다"며 SKB의 손을 들어줬다.

1심 판결 후 넷플릭스 측이 곧바로 항소를 제기하면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는 지난달 16일 열린 항소심 1차 변론기일에서도 '빌앤킵'(Bill and Keep, 상호무정산) 방식 적용 여부, OCA(넷플릭스의 콘텐츠전송네트워크)를 통한 망 이용료 청산 여부 등을 두고 팽팽한 공방을 펼쳤다. 법정 밖에서도 전문가 초청, 설명자료 배포 등을 통해 장외 설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유럽도 '반독점법'으로 구글 등 견제…韓 움직임에 연쇄효과 '촉각'

구글과 넷플릭스가 앞다퉈 한국을 찾아오는 이유는 한국의 규제 정책이 현재 빅테크 반독점 규제에 나서고 있는 주요 정부들의 핵심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앱결제강제방지법의 경우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당시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이 "구글과 애플의 지배력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세계 첫 법률"이라고 표현하는 등 국제적인 관심을 얻은 바 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아직 한국처럼 '인앱결제 강제 금지'라는 명확한 움직임을 보이진 않고 있으나, '반독점법'을 바탕으로 거대 플랫폼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픈 앱마켓 법'이 지난 2월 상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승인돼 올해 의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앞서 지난해에는 미국 36개주와 워싱턴D.C.가 인앱결제를 문제 삼아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연방법원에 제소하기도 했다.

[워싱턴DC=AP/뉴시스]지난 2020년 7월29일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원회의 반독점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당시 미 하원의원들은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고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이 지배적인 플랫폼을 다른 사업부문에서 분리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전면적인 입법안을 내놓은 바 있다. 2020.07.29.
[워싱턴DC=AP/뉴시스]지난 2020년 7월29일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원회의 반독점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당시 미 하원의원들은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고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이 지배적인 플랫폼을 다른 사업부문에서 분리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전면적인 입법안을 내놓은 바 있다. 2020.07.29.
유럽연합(EU) 또한 최근 애플과 구글 등 빅테크(기술 대기업)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시장법'(DMA)에 합의를 이뤄내면서 플랫폼 규제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유럽 통신사들도 앞장서서 '넷플릭스 때리기'…"빅테크 규제는 자가당착"

넷플릭스를 겨냥한 망 이용대가 의무화와 관련해서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022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망 이용료 의무화 법안은 국제 무역 의무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으며 넷플릭스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유럽을 비롯한 범세계적 추세는 망 이용대가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콘텐츠 수익이라는 알맹이만 취해가는 글로벌 CP(콘텐츠 제공자)들을 상대로 망 비용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이치텔레콤·오렌지·텔레포니카·보다폰·브리티시텔레콤(BT) 등 유럽의 대표 통신사들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빅테크 기업과 CP들의 네트워크 비용 분담을 촉구하는 CEO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도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산업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2' 이사회에서 대형 CP들의 망 투자비용 분담을 전제로 보편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하며 힘을 싣고 있다.


이렇듯 빅테크 규제 움직임이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요 쟁점현안별 입법 등에 있어서 가장 앞장서있는 한국으로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러한 규제 입법 움직임은 구글·넷플릭스 등이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각 국가의 제도적 차원까지 뛰어넘어서 자기네 이익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사실 시장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법적 규제가 강화되는 게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 이들 기업의 과도한 시장 잠식이 여론에도 악영향을 주면서 강력한 규제의 명분이 된 셈"이라며 "사실상 자가당착이 된 상황인 만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위상에 맞게 비판이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상생의 생태계 구조로 갈 수 있도록 기여하고, 원인을 제공한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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