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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만 떠오르시나요? '자산어보'의 고향이자 '철새'의 쉼터랍니다 [Weekend 레저]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5 04:00

수정 2022.04.15 12:51

푸르디푸르러 검은 섬, 흑산도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거리
정약전·최익현 선생이 유배갔던 곳
섬마을 아름다움 간직한 사리마을
홍어만 떠오르시나요? '자산어보'의 고향이자 '철새'의 쉼터랍니다 [Weekend 레저]
숭어가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칠형제바위 해변
숭어가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칠형제바위 해변
정약전 등의 유배지였던 사리마을 유배문화공원 / 사진=조용철 기자
정약전 등의 유배지였던 사리마을 유배문화공원 / 사진=조용철 기자

【흑산도(전남)=조용철 기자】 섬 여행은 일반 여행과는 또다른 설레임과 두려움을 안겨준다. 대지에 두 다리를 딛고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원하는 곳으로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육지와는 다르다. 날씨며 배편은 물론 출항시간도 챙겨야 한다. 이렇듯 손이 많이 가는데도 여행객들은 섬을 찾는다. 비록 불편하더라도 잠시 현실을 벗어나 휴식을 취하거나 미지의 세계로 떠나고 싶기 때문이다. 화려한 네온 불빛에 휩싸여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어슴푸레 새어나오는 가로등 불빛이 전부인 날 저문 섬의 밤풍경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정약전 최익현이 유배 갔던 섬, 흑산도

흑산도(黑山島)는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고 붙은 이름이다. 1004개의 섬으로 구성된 전남 신안에서도 먼 뱃길로 꼽히는 홍도·가거도와 함께 흑산면 소속의 섬이다. 흑산면사무소가 자리한 흑산도는 이중 큰형 노릇을 하고 있다.

흑산도를 가려면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흑산도행 쾌속선을 타고 2시간가량 이동해야 한다. 흑산도는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에서 가장 먼 거리에 위치한 흑산면의 본도로 어업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생활문화가 잘 간직돼 있는 곳이다.

섬 전역에 울창한 산림이 발달해 멀리서 보면 섬 전체가 검게 보여서 흑산도라고 부르게 됐다. 흑산도에는 섬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25㎞ 길이의 일주도로가 개설돼 있어 택시나 관광버스를 이용해 흑산도의 명소를 탐방할 수 있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해안일주도로를 돌아가면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서있는 상라봉 전망대에 이른다. 이곳에 서면 흑산도 전경과 함께 예리항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뒤돌아서면 탁 트인 다도해를 배경으로 대장도와 소장도의 풍경이 펼쳐진다. 유명한 장도 습지는 대장도에 있는데 해발 180~200m에 이르는 분지에는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대규모 습지가 펼쳐져 있다.

상라봉 정상의 봉화대 아래로는 반달 모양의 상라산성이 자리하고 있다. 해상왕 장보고가 해상 무역을 왕성하게 벌일 당시 전진기지였다고 한다.

길 건너편에는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흑산도 아가씨는 원래 1969년에 만들어진 '흑산도 아가씨'라는 영화의 배경음악이었다. 비록 영화는 크게 히트하지 못했지만 이미자의 음색으로 녹음된 주제곡이 크게 성공했다.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에 서면 주위의 섬들도 관망할 수 있다.

흑산도 육로관광에서 볼 수 있는 해안가 기암괴석 가운데 유명한 지도바위를 보기 위해 비리마을 해안가로 이동했다. 바위 사이에 뚫린 구멍의 모습이 한반도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지도바위라고 불린다.

비리마을 해안가엔 간첩동굴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1969년 7월 흑산도에 침투한 북한 무장간첩 3명이 은신했던 동굴이다. 비리마을을 지나면 정약전이 유배생활을 했던 사리마을에 다다른다. 사촌서당이 있는 사리마을 해안가 풍경은 아름답고 한국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한국의 소렌토'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해변 칠형제 바위 앞에는 숭어 무리가 뛰노는 풍경을 살펴볼 수 있다.

사리마을은 섬마을 담장의 원형적인 모습이 잘 간직돼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작은 호박돌과 길고 평평한 돌을 교차시켜 쌓아올려 구조적으로도 안정감이 있다.

흑산도 유배시절 거처하며 사리마을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사촌서당에서 정약전은 물고기와 해양생태 백과사전인 '자산어보'를 저술했다. 정약전은 섬 주민 장창대의 도움을 받으면서 물고기의 생태를 연구했다.

천촌마을 입구로 가다보면 면암 최익현이 새긴 글씨와 제자들이 세운 기념비가 남아 있다. 1876년 강화도조약에 반대하는 상소로 인해 흑산도로 유배된 최익현은 선유령 고개에 올라 산행을 하다가 경치 좋은 골짜기 마을에 이르렀는데 그곳이 바로 천촌마을이었다. 최익현은 흑산도를 거쳐 간 명사들이 많은데 후세에 기억할 만한 유적 하나 없음을 한탄하고 바위에 자신의 글씨를 남겼다.

천촌리와 청촌리 사이 해안을 바라보면 작은 섬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구문여라는 바위다. 태풍이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 거센 파도가 구문여 바위를 삼킬 듯이 달려들 적에 구멍 사이로 분수처럼 물줄기가 쏟아져 나오는 장관을 연출한다. 주위 해안가는 바다낚시의 백미인 감성돔 낚시 포인트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개관한 신안철새박물관에 다다랐다. 각종 조류, 이동철새, 희귀조류 표본 등 다양한 스토리와 전시물을 살필 수 있는 곳이다. 인근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철새 전문연구기관인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가 있다. 흑산도는 우리나라 철새 330여종이 거쳐가는 중요한 거점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를 이동하는 철새들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하기 위해 세워졌다. 센터 내에는 조사실, 치료실, 박제 전시 및 보관실, 문헌실 등이 마련돼 있다.

삭힌 홍어에 돼지고기, 묵은지를 곁들인 흑산도 삼합 / 사진=조용철 기자
삭힌 홍어에 돼지고기, 묵은지를 곁들인 흑산도 삼합 / 사진=조용철 기자
■잔치상에 빠지지 않는 흑산도 홍어

흑산도는 방긋 웃고 있는 표정의 크고 넓적한 물고기가 꿈틀대는 홍어의 섬으로 유명하다. 먼바다를 달려 흑산도에 이르면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이른 새벽 수협위판장에선 어부와 수협직원들이 홍어의 상태를 일일이 확인한다. 경매 전 제일 먼저 암치와 수치를 구분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곳 사람들은 '암치가 헤비급이면 수치는 기껏해야 벤텀급 정도될 것'이라며 암치와 수치의 육질을 찹쌀떡과 시루떡의 차이로 비유한다.

육지사람들은 홍어를 무조건 삭혀 먹어야 된다고 하지만 홍어의 고장인 흑산도 주민들은 싱싱한 회로 먹는다.
삭힌 홍어가 돼지고기와 묵은지를 곁들인 삼합으로 제격이라면 싱싱한 흑산도 홍어는 '홍어애'라고 불리는 홍어간과 회를 참기름장에 찍어 김치에 싸먹는 것이 최고라고 말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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