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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금리 올린 한은, 더 짙어진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4 18:39

수정 2022.04.14 18:39

총재 공백에도 인상 결정
물가와 성장 사이 줄타기
주상영 금통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주상영 금통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또 올렸다. 1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0.25%p 인상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한은은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내렸으나 지난해 8월 0.25%p 인상과 함께 금리인상 기조로 돌아섰다. 이날 금통위는 사상 첫 총재 공석 상태인 만큼 동결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도 금통위가 이를 깨고 인상을 전격 결정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지금의 경제 흐름이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은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8.5%까지 올라 4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페루 등 남미 국가에선 치솟는 물가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 만에 4%대로 올랐다. 14일 금통위 회의를 주재한 주상영 의장 직무대행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대략 4% 또는 그에 근접하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가 지난 2월 내놨던 전망치(3.1%)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고물가 행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금통위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월 전망치(3.0%)를 밑도는 2%대 중·후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이 정도면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대외변수가 많아 장담할 순 없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고물가·저성장을 말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록적인 물가에 5월 금리를 한번에 0.5%p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하고 매달 최대 950억달러씩 유동성 회수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한미 금리역전, 이로 인한 자본유출로 혼란을 맞을 수 있다. 한은이 긴급히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금리인상이 부를 후폭풍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2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빚은 뇌관이 될 수 있다. 빚을 내서 집을 싼 영끌족,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부실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이자폭탄을 감당하지 못할 영세기업들도 비상이다. 물가가 오르면 서민이 제일 힘들다. 그러나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올려도 역시 서민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6일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도 10일 "당면 현안인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고 말했다. 물가는 단순 경제현상이 아니다. 방치하면 민심 이반으로 이어진다. 새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한은 총재 인준도 시급하다.
급박한 대내외 정세 속에 한은 총재 자리를 장기간 공석으로 두는 것은 옳지 않다. 국내외 경험이 풍부한 이창용 후보자는 자질이 충분하다.
인사청문회를 조속히 매듭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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