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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씨엔엘테라퓨틱스 대표 "명품 신약 만들려고 협업 택했죠"

뉴스1

입력 2022.04.15 07:08

수정 2022.04.15 07:08

14일 이승재 씨엔엘테라퓨틱스 대표가 대전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뉴스1
14일 이승재 씨엔엘테라퓨틱스 대표가 대전 본사에서 <뉴스1> 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뉴스1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쉽게 말해 내가 확보한 좋은 가죽을 명품가방으로 만들기 위해 협력체계를 구축한 것이죠."

신생 바이오벤처 씨엔엘테라퓨틱스(C&L테라퓨틱스)가 새로운 사업모델을 내세우며 희귀질환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신경성 퇴행질환과 중추신경질환 치료를 위한 저분자화합물 신약 개발이 목표다.

씨엔엘테라퓨틱스는 자체 확보한 신약물질의 상품화를 위해 개발 경험이 풍부한 외부 전문가 집단과 협력연구 체계를 꾸렸다. 보통은 한 기업이 A부터 Z까지 홀로 신약개발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패 사례가 적잖다 보니, 이 회사는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고 상용화 가능성을 더 높이기 위해 전문기업과 이해관계를 넓히기로 했다.


국내에선 드물지만 미국과 유럽에선 이러한 사례가 제법 많아지고 있다. 비슷한 사업모델인 해외기업 마우파마는 신약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9년 세계적인 제약사 애브비에 인수됐다. 이니팜 USA사의 경우 쥬빌런트 라이프 사이언스의 자회사가 지분 10%를 인수하기도 했다.

◇"글로벌 전문 집단과 협업…신약물질 상업화 위한 최적화 과정"

15일 이승재 씨엔엘테라퓨틱스 대표이사는 대전 한남대학교 대덕밸리캠퍼스에 위치한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통해 "초기 신약 후보물질과 연구개발 기획, 개발 방향성은 우리가 가지되, 신약으로 탄생시키기 위한 최적화 과정은 세계적으로 전문화된 기업과 협력하는 전략적 협업기반 의약품 R&D 모델을 벤치마킹했다"고 사업모델을 소개했다.

씨엔엘테라퓨틱스는 인도에 위치한 신약개발 협력업체 쥬빌런트(Jubilant Biosys)와 손 잡았다. 이 회사는 글로벌 제약사 그리고 초기 바이오텍들과 협업식 의약품 개발을 수행 중이다. 그 외 전세계적으로 판매 중인 코로나19 치료제인 길리어드사의 '렘데시비르' 완제품의 위탁생산도 맡고 있다.

신약개발 과정은 크게 '기획'과 신약물질의 '최적화' 그리고 '상품화' 절차로 나뉜다. 씨엔엘테라퓨틱스는 자체 확보한 신약 물질에 대해 쥬빌런트와 협업으로 세포독성, 동물실험 등 정제된 데이터를 쌓아가며 상업화를 성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승재 대표는 "이 과정에서 내부 역량도 점진적으로 키우며 세계 무대에 나갈 것"이라고 각오했다. 쥬빌런트는 경쟁 가능한 다른 신약물질을 개발하는 기업과는 협업 계약을 맺지 않는 규약이 있다. 일종의 중복 계약을 차단하는 장치다.

◇"RNA 생태계 조절하는 희귀질환 신약 개발 목표"

씨엔엘테라퓨틱스가 보유한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도 획기적이다. 염기서열을 조절하는 유전물질 알앤에이(RNA) 기반의 신약개발이 전세계적으로 활발한 가운데, 씨엔엘테라퓨틱스는 RNA 생태계 전반을 조절하는 여러 신약물질들을 개발 타깃으로 삼았다.

이승재 대표는 "저분자화합물로 RNA를 조절하는 신약 개발이 목표"라며 "RNA 염기서열만 겨냥하는 게 아닌 전사, 번역, 복제 등 모든 RNA 생태계(Life cycle)를 각각 조절하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쟁사로는 미국 애니마 바이오텍, 아라키스테라퓨틱스, 앤센트테라퓨틱스, PCT테라퓨틱스 등이 있다. PCT테라퓨틱스의 경우 'RNA 스플라이싱'을 조절하는 뇌척수위축증 조절 신약 '에브리스디(EVRYSDI)'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020년 허가받았다. RNA 주기를 조절하는 최초의 신약이다.

RNA 스플라이싱이란 유전자가 전사돼 만들어진 초기 RNA 분자가 인트론 부분이 제거되고 엑손 부분만 연결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성숙된 RNA는 이후 단백질로 번역된다. 에브리스디는 스플라이싱이 잘못될 경우 뇌척수위축증이 생길 수 있는 것을 조절한다.

◇핵심 플랫폼 'STAR 1~3'…'GSK-3β' 타깃 세계 첫 근육감소증 개발 속도

씨엔엘테라퓨틱스의 플랫폼 기술은 '스타(STAR)'란 이름으로 지어졌다.

RNA 생태계를 타깃하는 분자화합물 치료제(Small moleclule therapeutics for targeting RNA biology)의 영문 앞글자를 딴 것이다.

크게 3개(스타1~3)의 플랫폼을 구축했는데, 그 중 스타1 플랫폼 기술은 RNA 발현을 조절하는 GSK-3β 저해제 'CL-101'에 적용됐다. 현재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며, 노인성 근육감소증을 목표 적응증으로 두고 있다.

구체적인 작용기전을 살펴보면, 체내 'FOXO'라는 RNA 전사인자가 있는데, FOXO는 GSK-3β 단백질과 결합해 근육세포 내로 들어가 근육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mRNA Atrogin-1' 발현량을 늘린다.

이때 신약물질 CL-101이 'FOXO-GSK-3β' 결합체에 달라붙으면 이 결합체가 근육세포 내로 들어가지 않아 근육 단백질 분해를 막는다. 즉 CL-101은 RNA 전사를 막는 역할을 한다. 근육 단백질의 분해인자 'E3 ligase'인 mRNA Atrogin-1 발현을 조절하는 신약물질인 것이다.

CL-101의 동물 효능실험 등은 지난해 말 완료됐다. 현재 추가적인 약물 최적화 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승재 대표는 "곧 비임상을 완료할 예정으로, 내년 초 임상시험계획서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포함해 씨엔엘테라퓨틱스는 신경성 퇴행질환과 중추신경질환을 치료하는 신약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노인성 근육감소증을 포함해 파킨슨, 루게릭, 악액질, 알츠하이머 등이 다른 개발 타깃 질환이다.

다른 플랫폼 기술인 스타2는 RNA Epigenetics(후생유전학) 조절인자를 신약물질로 두며, 스타3는 RNA 변형 조절인자이다.

이승재 대표는 "개발 초기의 협업 모델을 넘어서는 독자적 플렛폼을 통해 전주기 개발 과정을 포괄하는 글로벌 신약회사로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씨엔엘테라퓨틱스는 국내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에서 해외 사업개발을 담당했던 이승재 박사가 2019년 설립했다.
이승재 대표는 뉴욕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 소속의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와 사우스 웨스턴 텍사스주립의대에서 수년간 기초의학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씨엔엘타레퓨틱스에는 글로벌 신약 임상개발 및 상업화 솔루션 기업인 아이큐비아(IQVIA)에서 수석 컨설턴트를 역임한 피터 포도베드 (Peter Podobed)박사가 사업개발 총괄책임자로 참여하고 있다.
또 미국 MIT 생물학과 교수이면서 화이트헤드 연구소 소속인 세계적인 퇴행성 질환 연구의 대가인 앙커 제인(Ankur Jain) 교수가 과학 자문 위원회 위원이자 공동연구자로 참여해 신약 개발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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