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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마라토너' 최경선 "다시 시작이란 생각에 눈물이"

뉴시스

입력 2022.04.17 14:47

수정 2022.04.17 14:47

기사내용 요약
17일 서울마라톤 국내부 여자 1위

2년전 도로 훈련 중 넘어져 트라우마…"이겨낼 수 있겠단 생각들어"

[서울=뉴시스]최경선(제천시청)이 17일 2022 서울마라톤 겸 제92회 동아마라톤에서 국내 여자부 1위를 차지한 뒤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최경선(제천시청)이 17일 2022 서울마라톤 겸 제92회 동아마라톤에서 국내 여자부 1위를 차지한 뒤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아, 끝났다."

한국여자마라톤 간판 최경선(30·제천시청)이 17일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으로 돌아오는 2022 서울마라톤 겸 제92회 동아마라톤에서 42.195㎞ 레이스를 마친 뒤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이다.

기나긴 자신과의 싸움을 마친 최경선은 북받치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최경선은 이날 2시간30분42초로 결승선을 통과, 국내 여자부 1위를 차지했다. 국제부와 합해선 전체 7위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을 겸한 이번 대회에서 국내 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을 낸 최경선은 항저우행을 사실상 예약했다.

최경선은 "전체적인 기록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상태가 워낙 안 좋다보니 기록보다 아시안게임 선발에만 집중했다"고 경기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최상의 컨디션을 자신하지 못한 건 2년 전 '사고' 때문이다. 2022 도쿄올림픽을 한창 준비하던 2020년 3월 훈련 중 도로가 패인 곳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이후 트라우마가 생기면서 다시 달리기가 쉽지 않았다.

최경선은 "달리기가 무섭고, 힘들고, 두려웠다. 최근 2년 동안은 트라우마 때문에 훈련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심리 전문가와 상담도 하고, 여러 병원도 다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MRI를 찍었는데 문제가 없었다. 두려운 데 해결이 안 돼 답답한 마음이 컸다"는 최경선은 "올림픽을 준비하고 완주하면서 조금씩 이겨냈다"고 떠올렸다.

최경선은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근육 경련과 탈수 증상을 이겨내고 레이스를 마치는 투혼을 발휘했다.

컨디션은 점차 더 올라오고 있다. 최경선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 달 전부터 몸이 많이 회복됐다. 두려움도 사라지고, 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괴롭히던 예전 기억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던 그에게 이번 대회 완주는 큰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최경선은 "완주를 하면서 내가 이겨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시 시작이란 생각에 결승선에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4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뒤늦게' 3위로 인정받았다.

당시 대회 3위를 차지했던 김혜성(북한)의 기록이 도핑 적발로 삭제되면서 4위(2시간 37분49초)로 레이스를 마쳤던 최경선이 동메달로 올라섰다.

불운을 딛고 다시 일어선 최경선의 목표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 올리겠다. 아직 (트라우마가) 완치 된 건 아니다.
그래도 치료를 받으며 좋아지고 있으니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목표로 달릴 것"이라며 "이번엔 꼭 1등으로 골인하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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