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메타버스 성범죄 현행법 구멍 많아… IT-법조 협업 필요" [법조 인사이트]

배한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7 18:16

수정 2022.04.17 18:16

인터뷰
김학자 여성변호사회 회장
"기술 발전 비해 관련 입법 늦어... 개발단계서 윤리규범 같이 논의
가이드라인 통해 부작용 예방... 아바타 거리두기도 참고할 만"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블록체인 기술 개발로 완벽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며 개발단계부터 범죄 방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블록체인 기술 개발로 완벽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며 개발단계부터 범죄 방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온라인 가상세계)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산업의 성장과 함께 범죄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윤리규범 등 안전망을 갖출 수 있도록 지도가 필요하다"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56·사법연수원 26기)은 17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메타버스 내 성범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는 "IT업계와 법조계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면 규제를 넘어 올바른 방향의 기술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 이용자의 경우 여성 비율이 77%에 달한다.
연령별로는 7~12세 50.4%, 13~18세 20.6%로 여성과 아동·청소년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김 회장은 "메타버스의 이용자 수가 늘어나면서 이와 함께 성범죄도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법률의 개정이 늦다보니 범죄자 검거, 압수·수색 등 법적 대응이 불가능한 부분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어 "(예를 들어) 메타버스 세상에는 관할권이 불분명하다. 메타버스에서 범죄가 일어났을 경우 신고를 해도 누가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해진 것이 없다"며 "특히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개발로 익명성이 완벽하게 보장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죄를 아예 없앨 수는 없다. 개발단계부터 범죄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윤리 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변호사회는 'N번방 사건'의 피해자를 지원하는 등 수많은 여성·아동 대상 법률구조 경험을 갖고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 메타버스 성범죄에 대한 대응에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물리적 현실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안을 빠르게 변화하는 메타버스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이런 문제를 IT업계 여성과 여성 법조인들의 협업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2020년 여변은 IT여성기업인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여변은 프로그램 개발단계부터 IT 종사자와 법조인이 협업해 가이드라인 등 윤리 규범을 연구하는 팀을 꾸리는 구상 중에 있다.

김 변호사는 "개발단계부터 윤리적인 규범 등을 같이 논의하면 운영·개발사에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고 이후 발생할 부작용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사용자들이 피해를 입은 경우 운영·개발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크다"며 "가이드라인을 통해 회사가 방어조치를 충분히 한다면 유저와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선례 중 하나로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이 도입한 '개인 경계선'(퍼스널 바운더리·personal boundary) 기능을 제시했다.
메타플랫폼의 '개인 경계선'은 메타버스 성희롱 등 아바타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1.2m 거리두기 기능이다. 이 기능을 통해 타인의 아바타가 자신의 아바타의 개인 경계선 내로 진입할 수 없도록 설정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또 "IT기업과 법률의 윤리가 같이 합쳐지면 서로 공생하는 현실을 가져올 수 있다"며 "IT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가이드라인, 법안 등 규제책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기술의 법적인 활용안에 대한 구상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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