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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과학관이 살아있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7 19:00

수정 2022.04.17 19:00

[차관칼럼] 과학관이 살아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영화가 있다. 밤이 되면 전시물이 살아 움직이는 설정이 흥미로운 가족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소재가 인상적이었다. 자칫 '과거의 공간'으로 인식될 수도 있는 박물관이 사실은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발상이 기발했다. 게다가 신화, 역사 등 유물 각각에 담겨 있는 스토리가 영화 속 간접체험으로 훨씬 재미있고 쉽게 다가왔다. 영화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일까.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는 전기쇼 체험관이 있다.
100만볼트에 이르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원통 속에서, 귀를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벼락이 수초간 내리친다. 벼락이 멈추면 전문 해설사로부터 전자기유도의 원리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당장 과학적 원리를 깨닫지는 못해도 경험 자체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과학적 현상과 원리를 한층 쉽고 재밌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과학관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모형과 해설 위주의 '보는' 전시물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 과학관은 '체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직접 만지고, 타고, 실험하고, 느끼면서 과학적 지식을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5개 국립과학관은 전체 전시물의 반 정도가 체험형으로 구성돼 있다. 지진의 세기에 따라 흔들림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직접 느껴볼 수도 있고, 자전거 페달을 굴려 중력과 원심력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또한 빛을 이용한 정밀한 실험, 여러 가지 도구를 활용한 창작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유럽과학관협회 조사에 따르면 과학관은 과학적 지식의 이해를 돕고,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은 최고의 과학관과 과학전시물들은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의욕을 북돋워준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국내에서 이뤄진 한 조사에 따르면 거주지 근처에 설립을 희망하는 문화시설 중 과학관이 1위로 나타났는데 2, 3위를 차지한 공연장, 도서관보다 선호도가 두 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 첨단 과학기술이 일상 곳곳에 깊숙이 파고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적 사고와 지식을 체득하려는 열망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과학관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다룰 수 없는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경험으로 과학적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실험하며, 체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앞으로도 정부는 보다 많은 국민이 살아있는 과학적 지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과학관 사각지대가 없도록 꾸준히 과학관 수를 늘려가는 동시에 현재 운영 중인 과학관에 한층 알찬 콘텐츠가 채워지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면서 과학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서울, 대전, 대구 등에 어린이전용 과학관과 어린이 과학체험 공간을 선보이고 있는데 앞으로도 청소년을 비롯한 국민 모두가 살아있는 과학적 체험을 누릴 수 있도록 힘껏 지원해 나갈 것이다.

과학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가 하루를 사는 동안 접하는 거의 모든 것이 과학적 연구의 산물이다. 치약, 스마트폰, 전자레인지, 엘리베이터, 자동차, 컴퓨터…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과학은 살아 숨 쉬고 있다.
과학관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한층 생생하게 눈으로, 귀로,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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