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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눈덩이 자영업 부채, 尹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7 19:01

수정 2022.04.17 19:01

작년말 909조원으로 급증
채무조정계획 미리 세워야
코로나19로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버티면서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특히 은행이 아닌 2금융권에서도 자영업자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뉴스1
코로나19로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버티면서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특히 은행이 아닌 2금융권에서도 자영업자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주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을 통해서다.
지난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총재 공백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기준금리 0.25%p 인상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금리는 1.5%까지 올랐다. 이 후보자의 발언을 분석하면 조만간 총재로 정식 취임한 뒤에도 금리인상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갖는다.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지금 세계 경제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미국은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비 8.5% 올랐다. 이는 1981년 이후 4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독일은 3월 물가가 7.3% 올라 통일(199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비 4.1% 올랐다. 물가 4%대는 11년 만에 처음이다.

어느 나라든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지상과제로 삼는다. 물가불안은 민심 이반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연일 정권퇴진 시위가 이어지는 스리랑카를 보면 안다. 문제는 금리가 가진 양면성이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 고삐를 죌 수 있다. 하지만 빚더미에 앉은 채무자에게 금리인상은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한은이 지금처럼 금리를 올리면 연내 2%에 도달하고, 이 경우 시장 대출금리가 7%대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우리는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특히 자영업자 빚에 깊은 관심을 둘 것을 당부한다. 17일 한은이 정의당 장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작년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909조원에 이른다. 1년 전(803조원)에 비하면 13%, 2019년 말(685조원)과 비교하면 32% 넘게 불어난 액수다. 작년 말 기준 1862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문제이지만, 눈덩이 자영업자 부채야말로 요주의 대상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소상공인·자영업자 공약을 통해 대출금 만기를 충분하게 연장하고, 외환위기 당시의 긴급구제식 채무재조정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엔 소액채무 원금 감면, 부실채무 매입 등이 포함된다. 인수위 단계에서 구체적인 공약 이행방안을 충실하게 마련하기 바란다.
일 터진 뒤 뒤늦게 부산을 떨어봤자 그땐 이미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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