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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베트남으로 간 KT, 왜 국내선 원격의료 못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7 19:01

수정 2022.04.1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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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속 돌멩이' 제거
규제완화 본보기 되길
KT는 13일 간담회를 열고 원격의료 플랫폼을 중심으로 베트남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KT는 13일 간담회를 열고 원격의료 플랫폼을 중심으로 베트남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KT가 베트남에서 원격의료 사업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지난주 하노이의대와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존 통신사업만으론 한계를 느낀 KT는 자사의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해 헬스케어 등 신산업 개척에 힘써 왔다. 그중 하나가 원격의료 서비스 분야였고, 한국보다 규제가 덜한 베트남을 테스트베드로 택한 셈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KT가 이종산업과 결합을 추구하는 건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생존 차원의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특히 베트남에서 신수종 사업을 개척하기로 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다행히 베트남은 원격의료 자체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데다 약 처방이나 배송 같은 부가서비스도 허용된다. 더욱이 연내 베트남에서 원격의료 플랫폼 서비스가 안착하면 동남아에서 사업을 확장할 여지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섬나라인 인도네시아 등은 원격의료에 대한 잠재수요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외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첨단 서비스를 국내에선 사장시키고 있다는 게 문제다. KT뿐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해 국내 디지털 헬스기업들이 해외시장 문을 먼저 노크하고 있는 현실은 뭘 뜻하나. 국내에서 의료산업에 대한 규제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원격의료에 대한 규제야말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적했던 "신발 속 돌멩이" 중의 하나일 법하다.

한국은 자타공인 ICT 강국이다. 그래서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의료기술도 글로벌 수준임을 확인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에 한해 한시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한 결과도 호평을 받을 만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 금지라는 허들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면 원격진료에 관한 한 한국이 바로 갈라파고스섬이란 말이 된다. 이는 의료산업 발전에도 역행하는 일이지만, 이로 인한 피해도 전 국민이 입게 된다. 제2, 제3의 감염병 사태 때마다 정부와 각 개인이 고비용과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오진이나 대형병원 쏠림 등을 이유로 원격진료를 반대하고 있다. 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원격의료를 동네의원들에 우선 허용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하면 실보다 득이 더 커지게 마련이다. 국내에선 집 근처에 병·의원이 많아 원격진료가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애플이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했을 때도 국내 업계 일각에선 집집마다 노트북 컴퓨터가 널려 있어 스마트폰 수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오판으로 드러났다.

차기 윤석열 정부는 국내 기간통신사인 KT조차 해외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기업 발목 잡는 모래주머니부터 벗겨드리겠다"(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다짐이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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