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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여우' 박상현, "시즌 5승과 통산 20승에 도전하겠다"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7 21:03

수정 2022.04.17 21:03

치밀한 전략으로 5타차 대역전 드라마 완성
스스로 다잡기 위해 대회장에 가족 총동원
지난 2년간 억눌렸던 세리머니 욕구 폭발
우승 뒤 대회 부진 징크스 깨기 위해 최선
17일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CC 올드코스에서 막을 내린 2022시즌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한 박상현이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에 답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KPGA
17일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CC 올드코스에서 막을 내린 2022시즌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한 박상현이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에 답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KPGA
[파이낸셜뉴스]내년이면 불혹이 되는 박상현(39·동아제약)이 또 우승을 차지했다. 17일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CC 올드코스(파71·7148야드)에서 막을 내린 2022시즌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프로미오픈에서다. 2005년 투어 데뷔 이후 통산 11승째다.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에서 거둔 2승까지 포함하면 통산 13번째 우승이다.


박상현의 닉네임은 '승부사'다. 일단 우승 기회를 잡으면 절대 놓치지 않는 냉혹한 승부사 기질 때문에 붙여졌다. 혹자는 '필드의 여우'로도 부른다. 치밀한 전략으로 스스로 우승 기회를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다. 그의 13번째 우승은 그런 단면을 극명하게 입증한 경기였다.

최종 라운드를 선두에 5타 뒤진 상태였기 때문에 그를 우승 후보로 꼽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박상현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그린이 어려워 5타 차이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최종 라운드 전략을 수립했다. 5타차 역전 드라마 완성을 위해 그가 준비한 것은 또 있다. 다름 아니라 아내와 두 아들 등 전가족을 대회장에 출동시킨 것이다.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서였다.

박상현은 경기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5타 차이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핀 포지션도 어려웠고 그린 난도도 높지만 충분히 찬스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초반에는 보기도 나오고 좋지 않았지만 5, 6번홀 연속 버디에 이어 8번홀 샷이글로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승의 결정적 원동력이 된 18번홀 버디는 핀 위치가 어려워 그린 경사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두 번째샷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솔직이 버디 퍼트가 들어갈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최종라운드 목표는 두 자리 수 언더파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우승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족이 와서 경기를 지켜본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면서 "어제 저녁에 아내가 갑자기 대회장에 방문해도 되는지 물어 보길래 오라고 했다. 가족이 오니까 그냥 좋았다. 아침에 가족과 함께 대회장에 왔는데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박상현은 우승을 확정지은 뒤 세리머니를 여러 차례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2년여만에 갤러리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경기를 했다. 무관중 대회 때 팬 분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못해 많이 아쉬웠다. 그러다 보니 액션이 좀 많이 과하게 나왔다"고 웃어 보였다. KPGA코리안투어 2년6개월1일만에 이번 대회를 유관중 대회로 치렀다. 나흘간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는 주최측 추산 총 3997명이었다.

박상현은 지난해에 그야말로 1타 때문에 시즌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제네시스 대상'을 놓쳤다. 두 번 다시 그런 아쉬움은 경험하고 싶지 않겠노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래서 올 시즌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 그는 "전지훈련을 가지 않고 국내에 머물렀다. 스윙은 안되는 부분 위주로 계속 연습을 많이 했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했다. 시즌이 끝나고 개막 전까지 약 5개월간 쉬었다. 이제 세상밖으로 나온 기분이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대회를 치르는 것만 해도 기분이 좋다. 연습라운드를 돌면서 ‘내가 살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투어에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졌다. 기술적으로 어떤 부분을 키우기 보다는 스스로 자신감이 높아질 수 있도록 최면을 걸었다"면서 "이제 KPGA 코리안투어에서도 5승을 하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고 다짐하고 한 시즌을 보낼 예정이다. 그러다 보면 ‘제네시스 대상’, ‘제네시스 상금왕’을 충분히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올 시즌 목표를 5승이라고 답했다. 박상현은 "궁극적으로는 투어 선수로서 최종 목표인 영구 시드권자가 되는 것이다. 통산 20승을 하면 영구 시드권자가 된다. 이제 7승 남았다"면서 "다음 대회가 제41회 GS칼텍스 매경오픈’이다.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우승했고 대부분 성적이 좋다. 그동안 우승 이후 다음 대회에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 징크스를 깨도록 하겠다.
일단은 우승으로 들뜬 마음을 내려 놓도록 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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