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인사청문회라는 늪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8 19:08

수정 2022.04.18 19:16


[곽인찬 칼럼] 인사청문회라는 늪


인사청문회의 계절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주 1기 내각 인선을 마쳤다.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는 '조국급' 검증이 대기 중이다. 딸·아들이 의대에 편입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아슬아슬하다. 고액 자문료 논란에 휩싸인 한덕수 총리 후보자도 땀깨나 흘릴 듯하다.

인사청문회는 훌륭한 제도다.
고위직 후보들이 병역,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로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 은근히 통쾌하다. 그 덕에 우리 사회도 한결 맑아졌다. 고위직을 꿈꾸는 이들은 몸가짐부터 단정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그런데 부작용이 만만찮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손사래부터 친다. 자기는 물론 친인척까지 탈탈 털릴까봐서다. 청문회에서 쌓인 앙금은 정치판 갈등을 증폭시킨다.

문재인 대통령도 폐해를 절감했다. 지난해 5월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은 제쳐두고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무안주기식 청문회다. 이런 청문회로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20년 10월 박병석 국회의장과 환담하는 자리에서도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 청문회 기피 현상이 실제로 있다"며 "청문회 제도가 반드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청문회를 지켜보며 오히려 나서는 것을 기피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제도를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2020년 6월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동참한 의원 중엔 최강욱·황운하·김남국 의원도 있다. 개정안은 윤리와 역량으로 청문회를 분리하는 게 골자다. 도덕성을 다루는 공직윤리 청문회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후보자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서다. 그 대신 대통령은 국회에 사전검증보고서를 제출하고,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를 존중하도록 했다. 그해 11월 여야는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에 합의했다. 그러나 개정안도 TF도 다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올해로 22년째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재소장 등 헌법이 정한 23개 공직을 대상으로 청문회 제도를 도입했다. 노무현 정부 때 장관,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이 추가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한은 총재,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도 들어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가됐다. 현재 청문 대상 공직은 모두 66개에 이른다. 22년 됐으면 손볼 때가 지났다.

조국 전 장관이 지난 8일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대통령 임명직 고위공직자를 저 그리고 제 가족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검증하라"고 요구했다. 얼마 전 부산대와 고려대는 딸 조민씨에 대한 입학을 취소했다. '아비'로서 조 전 장관이 가진 울분을 이해한다. 그렇지만 아쉽다. 이래선 보복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청문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나를 밟고 이참에 인사청문회 제도를 바꾸라"고 말해주길 바랐다면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

윤석열 1기 내각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전운이 감돈다. 협치는 쓰레기통에 처박힐 참이다.
문 대통령에 이어 윤 당선인도 곧 폐해를 절감하게 될 것이다. 이런 청문회를 언제까지 봐야 하나.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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