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ILO 협약 발효, 방어권 없는 기업은 전전긍긍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8 19:08

수정 2022.04.18 19:08

노조 힘은 갈수록 세져
대체근로 등 허용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윤 당선인이 노동계를 만난 것은 대선 이후 처음이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윤 당선인이 노동계를 만난 것은 대선 이후 처음이다. 사진=뉴스1
지난해 비준 절차가 끝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이 20일 발효된다.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보호(87호) 등 협약 3건은 지난 2020년 12월 국회에서 비준돼 지난해 4월 ILO에서 비준 절차가 완료됐다.
우리나라가 1991년 ILO에 가입하고도 이들 3건 비준이 늦었던 것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투쟁일변도 강성노조 풍토 때문이었다. 선진국과 같은 기준으로 이들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힘들다는 의견이 만만찮았다. 여러 이유로 폐기됐던 핵심협약 3건은 결국 친노조 성향의 문재인 정부에서 완성됐다.

협약이 발효되면 산업 현장의 파행과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까지 파업이나 태업 등 단체행동, 단체교섭은 근로조건과 관련될 때만 가능했으나 앞으론 그렇지 않다. ILO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위한 파업을 제외한 모든 파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정치적 성격의 파업이라도 노동자와 관련이 있다면 합법으로 본다. 이 때문에 앞으로 기업들은 노조의 무제한 파업과 맞닥뜨릴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불법파업은 엄단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여러 번 밝혔으나, 노동계가 ILO에 이를 제소할 경우 복잡한 상황이 된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의 단결권은 이미 강화됐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앞두고 개정돼 지난해 하반기 시행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근거한다. 앞으로 해고자와 실업자들이 합세한 노사 테이블이 자리잡을 경우 타협을 모르는 노조 목소리에 현장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달을 우려가 있다.

노조 편향 운동장은 균형을 잡아야 한다. 기업 방어권을 법적으로 뒷받침해 줄 필요가 있다. 경영계는 노조의 사업장 내 주요시설 점거를 금지하거나 파업 때 대체근로를 허용해 달라고 오랫동안 요청했다. ILO 협약을 비준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은 대체근로 금지규정 자체가 없다. 사업장 점거, 기물 파손, 영업 방해 행위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신발 속 돌멩이'를 언급하며 규제완화 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민간주도 경제, 기업의 역할"을 중요하게 봤기 때문이다. 지난 15일엔 한국노총을 방문해 "노총의 친구가 되겠다"며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존중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기업과 노조 둘 다 끌어안는 전략이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시대에 역행하는 낡은 노동관련법을 노동계 눈치 보느라 손도 못 대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최근 지명된 한국노총 출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노동계 정책·기획통으로 불렸다. 30여년 현장을 누빈 노동분야 브레인이다. 이 후보자가 앞장서서 노동계를 설득하기 바란다.
대립적 노사관계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업의 힘만 빼는 정책은 국가 전체 이익에도 어긋난다.
노사 균형을 맞추는 관련 노동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