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로부터 반도체 제조 공정 필수 소재인 '네온'을 수입하기 어려워지자 중국산(産) 네온의 국내 수입가격이 3개월 전보다 15배나 뛴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로 수입된 네온의 평균 가격은 톤당 29만1744달러로 지난해 전체 평균가격(톤당 5만8747달러)의 5배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산 네온 가격의 급등이다. 지난 3월 국내로 수입된 네온(14.9톤) 중 중국 물량(6.2톤)의 평균 수입가격은 톤당 56만5806달러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우크라이나산 네온(8.7톤)의 평균가격은 톤당 9만6436달러였다. 중국 가격이 무려 6배 가까이 높았다.
지난해 연간 수입된 중국산 네온의 평균 가격은 톤당 5만5215달러로 우크라이나산(톤당 5만7241달러)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 3월 우크라이나산 네온 가격이 약 1.7배 오르는 동안 중국산 네온은 10배나 급등했다. 중국산 네온 가격은 지난해 12월(톤당 3만8387달러)과 비교하면 세 달 만에 15배나 뛰었다.
네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노광 공정에서 사용하는 필수 소재다. 지난해 전세계 생산량의 55%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됐는데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세계 2위 생산국인 중국(42%)으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이다. 그러자 중국의 네온 생산 기업들이 가격을 매우 높게 부르면서 수입가격이 크게 높아졌다.
3월까진 우크라이나에서 수입된 네온 물량이 있었지만 최근 오데사·마리우폴 등 네온 생산시설이 있는 지역이 포격에 휩싸이면서 앞으로는 수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지난 1월 포스코가 네온 생산설비·기술을 국산화했지만 생산량이 국내 전체 수요의 16% 수준이고 그마저도 올해 하반기에 상업 생산이 가능해 당장 도움이 되진 않는다. 그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인 대안이 중국뿐이라 가격 협상력이 거의 없다"며 "그런데도 반도체 제조에 필수다보니 주문량을 더욱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중국 내 가스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네온 공급량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필수 소재를 미리 확보하려는 반도체 기업들의 수요가 가격을 더욱 밀어올릴 수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중국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전체 네온 중 71%가 중국산으로 이미 점유율이 매우 높다. 우크라이나(24%)·러시아(5%)와의 격차도 크다.
반도체 업계는 그동안 비축한 네온 물량이 충분한 만큼 당장 반도체 생산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중국발(發)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량 축소는 반도체 제조원가 상승을 불러와 자동차·IT기기 등 소비자 가격 인상과 수요 부진으로 인한 생산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네온 대체 수입을 추진하더라도 상반기 내 전쟁이 종식되지 않으면 생산 차질 및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전쟁 장기화는 반도체 산업만이 아닌 IT 산업 전반의 리스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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