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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창용표 증세 아이디어, 진지하게 검토할 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0 18:01

수정 2022.04.20 18:01

국회청문회서 소신 밝혀
재정건전성에 비결 없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에서 밝힌 소신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총재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로서 금리, 물가는 물론 부동산, 증세, 기본소득,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다방면에 걸쳐 거침없이 견해를 밝혔다. 금리와 물가는 한은 총재 소관이다. 하지만 증세, 기본소득 등은 중앙은행 총재가 언급하기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 총재는 얼버무리는 법이 없었다.

흥미로운 건 기재위가 즉각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표결도 거치지 않은 사실상 만장일치 '인준'이었다. 보고서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 등 이 후보자의 경력을 거론하면서 "후보자의 정책 의지와 소신 등을 고려할 때 후보자는 한은 총재로서 직무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늘 대립을 일삼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다. 이 후보자는 20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아 총재 임기를 시작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서민의 주거안정과 주택공급에 두어야 한다며 "미국도 그렇고 어느 나라도 뉴욕 부동산 가격을 갖고 부동산 정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을 겨냥해 이념적으로 접근한 현 정부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한 셈이다. 기본소득에 대해선 사회안전망을 좀 더 두텁게 구축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핵심공약을 비판한 격이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목표층을 정해서 (선별)지원하는 게 낫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선 전이라면 이 총재는 청문회에서 난타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그냥 넘어갔다.

청문회 무사통과는 3·9 대선 이후 바뀐 정치환경이 가장 큰 요인이다. 하나 더 들자면, 이창용이란 인물이 갖춘 실력이다. 우리끼리 티격태격하는 이슈도 국제기준에서 보면 답이 뻔히 나와 있을 때가 있다. 부동산 정책이나 기본소득 논쟁이 사실은 우물 안 개구리 격이었다는 뜻이다.

재정건전성과 증세도 마찬가지다. IMF는 190개 회원국의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본다. 비결은 없다. 어느 나라든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려면 우직한 증세만이 답이다. 다만 증세는 정치인의 무덤이다. 그래서 이 총재는 "향후 10년간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0.5%씩 세수(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 포함)를 증가시키되 이를 직접 복지지출 재원으로 연계시키는 방안도 하나의 아이디어로 기획재정부에서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수십년째 10%로 묶인 부가가치세율을 올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기 내각의 제1 인선 기준으로 실력을 꼽는다. 이 기준에서 보면 실력파 이창용 총재를 누가 뽑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창용표 증세 아이디어를 곧 출범할 윤 정부가 진지하게 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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