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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러 악재·출혈경쟁에 ‘발목’… 11년만에 가입자 감소 [흔들리는 OTT왕국]

1분기 구독 20만명 줄어
시간외 거래서 주가 26% 폭락
러 서비스 중단에 70만명 이탈
무분별한 비번 공유도 직격탄
광고 보는 저가형 요금제 검토
넷플릭스, 러 악재·출혈경쟁에 ‘발목’… 11년만에 가입자 감소 [흔들리는 OTT왕국]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수가 감소했다고 밝히면서 19일(현지시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25% 넘게 급락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우크라이나 전쟁 충격파가 실적에 본격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년 만에 신규 구독자 감소

넷플릭스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 정규장 마감 이후 발표한 1·4분기 실적 공시에서 신규 가입자 수가 전 분기 대비 20만명 줄었다고 밝혔다. 신규 가입자 감소는 2011년 10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넷플릭스 자체 예상치(250만명 증가)와 시장 전망치(270만명 증가)를 크게 밑도는 결과에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실적 기대감에 이날 정규장에서 3.18% 상승 마감했던 넷플릭스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서 25.73% 폭락했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3.43%), 월트디즈니(-4.28%), 푸보TV(-4.655) 등 콘텐츠 관련주도 덩달아 하락했다.

신규 가입자 감소 이유에 대해 넷플릭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러시아 사업 철수 여파 △미디어 스트리밍 업계의 경쟁 심화 △무분별한 비밀번호 공유 등을 언급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3월부터 러시아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약 70만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연초 구독료를 인상한 북미지역도 가격인상 여파 등으로 가입자 수가 64만명 줄었다. 유일하게 가입자가 늘어난 지역은 아시아(109만명 증가)뿐이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올해 2·4분기 가이던스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2·4분기 가입자가 전분기 대비 200만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 지속과 사업자 간 경쟁 상황, 계절성 영향도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의 1·4분기 매출액은 78억7000만달러(약 9조7600억원)로 전년 대비 10% 상승했지만 시장 예상치(79억3000만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순이익은 16억달러로 전년동기 17억달러에 비해 감소했다.

■광고 기반 저가형 요금제 도입하나

구독자 유치를 위한 스트리밍 사업자 간 경쟁 과열을 극복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이날 '광고를 기반으로 한 저가형 요금제 도입'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애널리스트들과 인터뷰에서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기존 (광고 없는) 요금제 외에 광고를 기반으로 한 저가형 요금제 도입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쟁사들이 광고 기반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가격경쟁력을 높이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전략 변화로 추정된다. 이미 월트디즈니(디즈니플러스)와 아마존(아마존 프리비) 등 경쟁업체에서는 광고 삽입 옵션을 통해 가입비를 낮춘 저가 서비스를 추가로 내놓기 시작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보인 OTT '피파플러스'도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라는 장점으로 빠르게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가 구독자 가치 극대화 및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콘텐츠 퀄리티 개선에도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숙기에 접어든 북미시장보다는 해외지역에서 중장기 성장을 보고 있는 만큼 비영어 작품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성장세는 둔화됐지만 최근 주가하락으로 인해 밸류에이션이 낮아졌고 꾸준한 현금창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가 가치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유명 가치투자자 빌 나이그렌은 이날 CNBC방송에 출연해 "넷플릭스는 당분간 주가하락이 예상되나 앞으로 5년 후에는 더 큰 회사가 되어 지금보다 더 많은 이윤을 남길 것"이라며 "넷플릭스의 장기적인 상승여력은 손상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현재 넷플릭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0배로 테슬라(209배)와 아마존(48.79배)에 비해 크게 낮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