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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리튬값 폭등에 발목잡힌 전기차… 車배터리값 10% 인상 [글로벌 원자재대란 장기화]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0 18:43

수정 2022.04.20 18:43

연초대비 니켈 62%·리튬70%↑
러시아, 우크라 침공이 기름 부어
원자재 부담에 배터리값 동반 상승
보조금 축소 맞물려 성장 둔화 우려
니켈·리튬값 폭등에 발목잡힌 전기차… 車배터리값 10% 인상 [글로벌 원자재대란 장기화]
니켈,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올해에만 최대 70% 폭등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배터리 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배터리는 물론 전기차 가격이 올라가면서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자재 인상에 배터리 가격도 상승

20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의 t당 가격은 지난 19일 기준 3만3700달러로, 올해 초(2만730달러) 대비 62.6% 급등했다.

니켈 가격은 지난달 한때 t당 4만달러 이상까지 치솟으면서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가 니켈 거래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래가 재개된 뒤에도 줄곧 니켈 가격은 t당 3만달러선을 형성하며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리튬도 19일 기준 t당 45만500위안으로 연초(26만4500위안) 대비 70.1% 폭등했다.
한때 ㎏당 47만2500위안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치다. 코발트도 t당 가격이 8만1780달러로 연초보다 16.5% 올랐다. 이 외에도 구리(1만381달러), 알루미늄(3312달러) 등 주요 원자재 광물 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요 광물의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면서 지난해부터 가격이 오르더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높은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는 분위기다.

이에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등 주요 양극재 기업들은 올해 2·4분기부터 배터리 업체들에 공급하는 양극재 가격을 25%가량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 셀 가격에서 양극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42%로, 이 점을 감안하면 양극재 가격 인상에 따라 배터리 가격도 10%가량 오르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제조사들은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과 계약에 따라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배터리 판매가격에 연동해 실적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다. 다만 동박, 전해질, 알루미늄박 등의 비용은 연동이 안돼 배터리 업체가 고스란히 상승분을 떠안아야 한다.

■전기차 값 인상에 성장둔화 우려

원자재 가격 폭등이 결국에는 전기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실제 테슬라가 올 들어 2차례에 걸쳐 전기차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중국 BYD, 샤오펑, 립모터, 지허자동차 등이 인상에 동참했다. 또 테슬라는 기본으로 제공하던 전기차 충전기를 옵션으로 판매키로 해 원가절감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팩 가격이 kwh당 100달러까지 떨어지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으로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이 시기를 대략 2025년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제조원가 상승으로 그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SNE리서치 오익환 부사장은 "최근 배터리 업체와 미팅을 통해 가격을 다시 전망했는데 2025년까지 배터리 가격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변수는 전기차 보조금 축소다.
중국은 올해 연말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이고, 국내에서는 물량 확대를 위해 지급 규모를 줄이고 있다. 전기차 가격이 오르고, 지원받는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 경우 실구매가는 더 높아져 전기차 시장 확대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가격 동등화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기차 보조금 실익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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