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무급휴가로 버텼는데…해고" 코로나19 따른 여성 피해 커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4 14:44

수정 2022.04.24 14:44

대면 서비스업·비정규직 종사 비중 높아
사회적 인식 바꾸고 경력 단절 줄여야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지난해 7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여성들이 요구한다! 최저임금을 생활가능한 임금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 /사진=뉴시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지난해 7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여성들이 요구한다! 최저임금을 생활가능한 임금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원청 업체가 더 이상 채용하지 않을 의사를 밝혀 계약을 종료합니다."
인천국제공항 여성 노동자 김현정씨(가명)는 지난 2020년 4월 10일 퇴근길에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이같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 김씨의 회사는 인천국제공항이 외주를 맡긴 원청 업체에서 하청을 받아 공항 내 외식 서비스업을 담당했다.

김씨는 코로나19 이후 사정이 어려운 회사를 위해 직원끼리 돌아가며 무급휴가를 연장해 사용하며 회사의 임금 부담을 줄였다.
김씨는 "열심히 일하다 보면 해결될 것이라 믿고 싶었지만 카톡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청천벽력 같았다"고 말했다.

대면서비스업·비정규직 주로 종사
여성 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직업을 잃거나 확진돼도 무급휴가를 받는 등 코로나19 영향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3월 24일에서 31일까지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코로나19 감염 후 격리기간을 무급휴가로 받은 비율은 여성이 32.4%로 남성(20.8%)보다 높았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실직을 경험한 여성 또한 21.3%로 남성(14.0%)보다 많았다.

경상북도 경주시 숙박업소에서 일하던 A씨도 코로나19 이후 강제로 휴직하게 됐다. 하지만 A씨는 휴직 급여를 받지 못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에서다. 함께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다른 여성 노동자 1명도 함께 휴직 급여를 받지 못했다.

이처럼 여성 노동자들이 코로나19 타격에 취약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대면 서비스업과 비정규직에 많이 종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남성 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31%로, 여성 노동자 비정규직 비율 47.4% 대비 10%이상 낮은 수준이다. 또 교육, 숙박·음식점업,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등 대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의 비중은 코로나19 1차 유행 직전인 지난 2019년 1월 기준 38%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종수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근무기간이 정해져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코로나19때 가장 먼저 해고 대상이 된다"며 "실제 현장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 자체가 많아 해고 대상이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의 경우 휴가 및 각종 복지 혜택을 받기 어려운 근무환경도 작용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3개월짜리 계약직인데 일주일씩 휴가를 쓴다면 당연히 회사에서 반기지 않을 것"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나마 휴가를 써도 무급 휴가를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확진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무급 병가 사용 비율은 42.1%로 정규직 노동자가 무급 병가를 받는 비율 16.2%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퇴직을 강요받은 비율 또한 10.1%로 정규직(1.5%)보다 약 7배 높았다.

배 대표는 인천공항 근로자 김씨의 경우 또한 "원청의 결정에 따라 소속 회사가 돈을 못 준다면서 그대로 해고해 비정규직이나 다름없는 고용형태"라고 말했다.

■"여성의 일" 인식 바꾸고 경력단절 줄여야
전문가들은 이같은 성별 근무환경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 전반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 대표는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문이 열리지 않으면 대면접촉 서비스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서비스직은 여성의 일'이라는 한정된 사회적인 시각 탓에 여성이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경향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력단절에 따른 비정규직 편입을 지적하는 분석도 나왔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여성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등 일자리가 취약한 건 경력 단절의 영향이 크다"며 "아이를 낳고 경력이 단절된 뒤에는 기존에 일하던 일자리 직종에 다시 편입되는 게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제, 재택근무를 통해 일과 돌봄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며 "육아 휴직 후 돌아오는 경우에도 불이익이 없도록 기업 문화가 정착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장 노무사 또한 "여성 노동자가 30대쯤에 이르면 경력이 단절돼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며 "현재 육아휴직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쓰는 데 눈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육아 때문에 쉬더라도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전반적인 인식과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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