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 에어비앤비와 경쟁하는 시대… ‘大 경계융화’ 대비해야" [제23회 서울국제금융포럼]

이승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1 18:40

수정 2022.04.21 18:40

기조강연
마우로 기옌 케임브리지대학교 저지 경영대학원장
주택담보 없이 임대 통해 현금 마련
자산 유동화 서비스로 금융권 위협
공급망 재편 속 인구구조 급변 예상
나이 구분 없이 소비하는 시대 도래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 제23회 서울국제금융포럼이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마우로 기옌 케임브리지대학교 저지 경영대학원장의 기조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 제23회 서울국제금융포럼이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마우로 기옌 케임브리지대학교 저지 경영대학원장의 기조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전통산업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국내 금융권도 기술 기반 시장재편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핀테크뿐 아니라 이종 플랫폼과도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주장이다.
10년 후 인구학적 변화도 금융서비스 개발에 주목해야 할 요소로 꼽혔다. 파이낸셜뉴스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최한 제23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마우로 기옌 케임브리지대학교 저지 경영대학원장(사진)은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은행, 에어비앤비와 경쟁하는 시대"

기옌 원장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사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시장은 중대한 과도기를 맞고 있다"면서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자동화와 원격근무 비율이 늘어나고 인구구조도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 300년간 우리는 제품과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산업을 정의해왔지만 경제활동이 복잡해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산업 간 경계는 유례없는 속도로 흐려지고 있다"면서 "전기차 같은 제품의 등장도 전통적 산업범주를 바꿔놓는 것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기옌 원장은 이를 '대 경계 융화 현상(The Great Blurring)'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영역 간 경계가 흐려지면서 규제완화, 글로벌화, IT발전 등이 가속화됐다"면서 "이제 은행은 핀테크뿐 아니라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플랫폼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역모기지론 같은 상품을 판매하지만 에어비앤비는 그와 반대로 자산을 유동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를 받지 않아도 일반 소비자도 유휴공간을 임대해서 현금을 마련하는 등 기존 금융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옌 원장은 "시계 같은 전통적 제품도 패션 액세서리가 되었다가 이제는 통신수단으로 쓰인다"면서 "이제 고객들은 제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을 해결하는 방안을 원하고, 이를 금융권이 잘 인지해야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구분 없이 소비하는 시대 온다

기옌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현상도 금융권이 주목해야 할 현상으로 꼽았다. 특히 한국은 18~35세 젊은 층 연령이 줄어들고 60대 이상 고연령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경우 40~50년 전만 해도 4~5명의 자녀를 낳는 가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합계 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진 저출산국가가 됐다"면서 "결과적으로 시장구조가 바뀌고 구매연령층도 변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기옌 원장은 국내 15~35세 인구가 2020년 1250만명에서 2030년엔 103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모든 국가에서 60세 이상의 인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세계 60~80%의 자산을 60대 이상이 가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나이구분 없이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시대가 오게 된다"고 내다봤다.

기옌 원장은 인구학적 구조 변화로 교육과 노동계에도 변화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과거에는 유아시절을 거쳐 학생이 된 후 직장을 가졌다가 60대 즈음에 은퇴하는 패턴이었지만 이제는 60대 이후로도 기대수명이 약 20년 더 길어졌다"면서 "60대 이후에도 수입이 많지 않으면 일을 해야 하고, 다시 무언가를 익히기 위해 학교로 돌아가는 일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옌 원장은 일부 국가의 경우 예전과 달리 금융수요가 더 폭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인구변화 통계를 예로 들었다.
기옌 원장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18~35세 인구는 10년 후에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소수 수요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이나 아프리카계 미국인 등 소수 수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다수 수요의 반열에 들게 되는데 이들은 예전보다 더 빨리 결혼하고 연간 수입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결혼, 집, 차 3가지 수요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보험 등의 금융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이병철(팀장) 김성환 정명진 박신영 김경아 서혜진 김현정 연지안 김민기 강구귀 최두선 박소연 한영준 김태일 이승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