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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디지털 금융중심지가 되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1 19:19

수정 2022.04.21 19:19

[fn광장] 디지털 금융중심지가 되자
최근 한국을 떠나는 외국계 금융기관이 늘고 있다. 영국계 HSBC의 소매금융부문, RBS, 바클레이스 지점과 호주의 맥쿼리은행, 캐나다의 노바스코샤은행 지점, 미국의 골드만삭스,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등 줄을 잇고 있다. 주된 이유는 인터넷 뱅크의 영역 확대로 소매금융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고,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로 인한 본점의 영업전략 변화에도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2003년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수립했고 금융중심기본계획에 따라 서울과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하고 금융중심지 발전과 외국계 금융회사 유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이 발전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혁신적인 핀테크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해 역동적인 생태계를 조성했다. 이러한 노력이 반영돼 서울시는 세계 126개 도시 중 12위, 부산시는 30위로 평가됐다.
4년 전과 비교 시 서울은 11등급, 부산시는 14등급이나 상승했다.

하지만 이러한 순위 상승이 실질적인 금융중심지 역할과 연계되는지는 알 수 없다. 아직도 불합리한 규제, 감독당국의 의사결정 지연, 불투명성, 규제 위주의 행정 등 개선될 여지가 많이 있다. 또한 외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편견, 먹튀라는 비딱한 언론과 국민의 시선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금융중심지에 대한 여건이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중심지였던 런던이 브렉시트 이후 유럽대륙으로 그 지위를 물려주고 있고, 홍콩에서는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다른 지역으로 금융회사들이 이전하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 대응과정에서 보여준 경직성으로 인해 베이징과 상하이가 금융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변화는 코로나 팬데믹이 가속화한 재택근무와 디지털 전환이다. 기존의 금융중심지 개념은 금융회사 및 관련 인프라 시설이 한 도시에 모여 있는 집적(Cluster)이 가져오는 비교우위에 기반한다. 원격근무와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한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금융중심지 개념을 제시한다. 네트워크로 상호 연결되어 지리적 위치에 관계없이 효율적인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여건은 인공지능, 블록체인 기술, 클라우드, 빅데이터를 활용한 핀테크산업을 통해 더욱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게 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야 할 길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런던이나 뉴욕과 같은 전통적인 금융중심지는 수백년에 걸친 제조업과 금융업 발전의 결과이기에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그 대신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미래 금융서비스는 핀테크를 통해 우리나라도 디지털 금융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의 핀테크 생태계 지수는 경쟁도시인 싱가포르, 뉴델리, 베이징보다도 뒤처지지만 쉽게 따라붙을 수 있을 것이다. 정보기술(IT)로 무장한 젊은 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투자를 할 수 있는 연기금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샌드박스를 광활한 운동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책당국은 선수로서 뛰어들지 말고 소비자를 보호하거나 시장 독과점을 악용한 반칙이 있는 경우에만 심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규제완화와 유연한 법제도, 신속하고 투명한 행정을 통해서 적극적인 치어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는 디지털과 핀테크다.

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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