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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YTN '뉴있저' 떠나는 변상욱 "저널리즘은 두려운 작업"

뉴시스

입력 2022.04.23 06:06

수정 2022.04.23 06:06

기사내용 요약
CBS서 2019년 정년 퇴임후 3년간 앵커 활약
"부끄러운 점도 있지만 보람도 있었다"
기자→앵커 도전 "자기 브랜드화 중요" 조언
뉴있저 끝났지만 다시 방송 가능성도
"인천 성냥 공장~민중 항거 장소 돌아볼 것"

[서울=뉴시스]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YTN 저녁 뉴스 프로그램 '뉴스가 있는 저녁' 진행자 변상욱 앵커 (사진= YTN 제공) 2022.04.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YTN 저녁 뉴스 프로그램 '뉴스가 있는 저녁' 진행자 변상욱 앵커 (사진= YTN 제공) 2022.04.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그는 '순갱노회(蓴羹鱸膾)를 빌어와 말했다. 고향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정을 이르는 말이다. "이제 머리와 욕망이 아닌 내 몸과 마음이 가리키는 대로 걸음을 떼어 놓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YTN '뉴있저' 앵커로 활약했던 변상욱(63)기자가 '뉴스가 있는 저녁'을 떠난다. 3년간 저녁 7시부터 앵커로 변신했었다.

최근 YTN 사옥에서 만난 그는 "부족했던 것도 있고 부끄러운 점도 있지만 보람도 있었다"고 했다.

언론 생활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앵커에 도전했다. '뉴스가 있는 저녁'은 기자와 PD가 함께 만드는 뉴스쇼다. YTN은 3년 전 변상욱 CBS 기독교방송 라디오 기자를 영입, 파격을 꾀했다. 기자와 PD가 협업해 엄격한 분위기의 기존 뉴스와는 다른 뉴스를 전하겠다는 의도였다.

저녁마다 화제였고 시청자들을 확보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균 전국 시청률은 유료가입가구기준으로 1.11%였다.

특히 올해 3월1일자 방송은 2.47%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하는 지상파 MBC TV '뉴스데스크'와 종편 JTBC '뉴스룸'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이는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변 앵커는 "초반부엔 앵커가 앵커에게 묻기도 하고 중반부터는 앵커리포트를 직접 구상하고 원고를 써서 500여 편 정도 해냈다"며 "설명을 찾아보시는 시청자분들도 있어서 어느 정도는 그 의미와 성과는 있었다"고 자평했다.

[서울=뉴시스]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YTN 저녁 뉴스 프로그램 '뉴스가 있는 저녁' 진행자 변상욱 앵커 (사진= YTN 제공) 2022.04.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YTN 저녁 뉴스 프로그램 '뉴스가 있는 저녁' 진행자 변상욱 앵커 (사진= YTN 제공) 2022.04.22. photo@newsis.com


22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뉴있저'를 떠났다. 변 앵커는 기자다. 1983년 CBS에 제작PD로 입사했다. 당시 1981년 전두환 정권이 1도1사 신문통폐합과 함께 눈엣가시였던 CBS의 보도기능을 박탈해 CBS에 보도국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시사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사실상 기자로 일한 변 앵커는 1987년 10월 보도기능 회복과 함께 보도국 재창설을 이끌었다. 이후 CBS에서 시사 프로그램 제작자, 취재 보도 책임자, 보도국 대기자(大記者)를 지내다가 2019년 3월 정년퇴임했다.

"기자직이 좋아요. 현장에서 사람들 속을 누비는 것이 좋습니다. 쫓고 쫓길 때 몸속에서 느껴지는 야수적 본능이 짜릿하고 개인적 자질로도 앵커보단 기자 출신 스토리텔러가 나에게 적합하죠."

그는 "기자단에 전혀 가입할 수 없는 아주 작은 매체에서 종교와 문화부 기자로 시작해 약 40년간 버티며 여기까지 온 거예요"라고 털어놓았다.

기자에서 앵커까지 도전한 그는 그 비결에 대해 "자기 브랜드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마이너 매체에서 메이저 매체로 어떻게 건너뛰느냐도 중요하지만 메이저 매체가 눈여겨 볼 수 있는 기자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기자 생활을 하며 책 6권을 출간했고, 35살 때부터 시작한 강연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변상욱 기자는 현재 3가지 분야에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1996년 ’언론 가면 벗기기‘로 시작한 매체 비평, 두 번째는 '느리게 살기'로 마음을 비우고 느긋하게 순리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주제로 대학과 사회단체에서 강연하고 있다. 세 번째는 미디어 위기관리 전략이다.

그는 "트위터에서 팩트체크를 다시 시작해 현재 YTN 랭커리포트까지 하게 됐다"며 "지금은 매체 비평, 팩트 체크, 미디어 위기관리 전략이 내 전문 분야"라고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YTN 저녁 뉴스 프로그램 '뉴스가 있는 저녁' 진행자 변상욱 앵커 (사진= YTN 제공) 2022.04.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YTN 저녁 뉴스 프로그램 '뉴스가 있는 저녁' 진행자 변상욱 앵커 (사진= YTN 제공) 2022.04.22. photo@newsis.com


전문 분야를 가진 베테랑 언론인이지만 사실 방송 뉴스 프로그램 진행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 경험이었다고 했다. "처음으로 TV 뉴스 방송 중 실시간 게시되는 시청자들의 댓글에 대응하며 뉴스를 설명해야 했고 코로나19 확산 속 변화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려고 AI 앵커 모델로도 활동했다."

가장 기억이 남는 댓글은 "시청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전해주는 것"이었다. 그는 "독일, 홍콩, 대만 같은 나라에서 YTN 뉴스, 특히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YTN 뉴스를 보고 댓글을 달아준다"며 "그분들은 한국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현장의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분들의 댓글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잘 모르면서 앵커 리포트를 쓰면 '그것이 아니야'라는 댓글이 올라올까 봐 얼마나 두려운지 모른다. 저널리즘은 참 두려운 작업"이라고 털어놓았다.

AI 앵커 모델 경험도 했다. "내 컨디션이 나쁘거나 입 안이 마르면 ’뉴스‘라는 단어를 말할 때 발음이 정확하지 않지만 AI 앵커는 제일 발음이 정확했을 때 내 발음을 뽑아서 데이터로 만들어 버리니 항상 가장 최선의 내 몸 상태에서 최상의 발음이 나왔을 때 뉴스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내가 AI 앵커를 따라가기 어렵겠다 싶더라"며 인간 능력의 한계를 인정했다.

이제 앵커의 경험을 뒤로 하고 다시 기자로 돌아간다. 방송 복귀 가능성은 조금 열어 놓았다.

"우선 오래된 나와의 약속, 내 나라 땅을 한 뼘 한 뼘 도두 밟으며 돌아보고 싶어요. 인천 성냥 공장을 시작으로 서해안을 따라서 충남 일제강점기 농민 저항의 역사적 지역, 목포, 여수를 거쳐 제주 4·3 사건 현장, 부산 탄광촌, 성남 분당 빈민촌 등 민중의 항거가 있었던 곳을 돌고 오고 싶어요. 그 다음은 아직은 준비되고 약속된 곳은 없지만, 종종 여러 채널에 등장해 인사드릴 수는 있을 거예요."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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