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정규 3집 '니얼리 데어(Nearly (T)here)' 발매
'현기증 날 정도로 불투명한 미래'를 마주한 뒤 '맑게 개인 하늘' 같은 내면의 변화를 기록한 앨범. 이전 앨범들(정규 1집 '있는 듯 없는 듯'(2011)·정규 2집 '어제의 소설'(2016))보다 더 밝아졌다. '바라던 곳에 거의 다 왔어'라는 메시지를 축약한 앨범 제목은 긍정을 담보로 한다.
'데어((T)here)'에서 '티(T)'를 괄호 안에 둠으로써 자신이 거쳐간 이곳(here)까지 인정하는 힘, 그것이 이번 곽푸른하늘 앨범이 위로와 희망의 동격인 이유다.
최근 상수역 인근 제비다방에서 만난 곽푸른하늘은 "3집엔 제게 위로가 되면서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한때 '홍대 아이유'로 통했고, 엠넷 '슈퍼스타K 7'(2015)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지만 곽푸른하늘은 별다른 수식 없이도 그냥 그 자체로 음악이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무려 6년 만의 정규 앨범입니다.
"속이 후련해요. 홀가분합니다. 제가 사실은 곡을 만드는 텀이 굉장히 긴 편인데, 2집에서 3집 만드는 데까지는 더 시간이 걸렸어요. 2배 정도 더 길었던 거 같아요. 약간은 압박감 같은 것도 있었고 지치기도 했었고…. 그런데 이번에 부득이하게 코로나19를 겪는 와중에 집에 머물면서 앨범 생각을 하지 않고 곡을 만들었어요. 그 때문에 단기간에 잘 나온 거 같아요."
-압박감이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변화하고 싶은데, 같은 일을 계속 해오고 있으니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굳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나는 이런 음악을 하고 있어' '이런 음악을 해야 해' 같은 생각이 쌓여 있었나봐요. 변화를 어떤 식으로 꾀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하다 보니까 스스로 느끼는 답답함도 있었고요. 좀 막연한 감정이 있었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할 수 없다는 기분. 그렇다면 진짜 쉬어야 할 타이밍이잖아요. 그런 부분은 좋은 거니까요."
-더블 타이틀곡인 '도시 + 하니랜드'와 '코요테(Coyote)' 등 총 8곡이 실렸어요. 앨범에 실린 곡들은 비교적 근래에 만들어진 곡들인가요?
"녹음은 1년2개월 걸렸는데 대부분 그 시기에 집중해서 만든 곡이에요."
-'도시 + 하니랜드'를 제외하고는 모든 곡이 다 영어 노랫말입니다.
"우리말 노래들도 있었는데 황현우 PD님이 조정하셨어요. 처음엔 6년에 걸친 곡들을 다 담을까 했는데 영어 가사 곡들 이전에 만든 우리말 곡들이 앨범과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 있었거든요. 정서적으로도 그렇고 사운드적으로도 그렇고요. 그 전에 해온 기타·보컬 위주의 곡들과 비슷했어요. 이번 앨범엔 실린 곡들은 여백이 많고, 밝아졌고, 다른 악기들이 들어올 수 있는 부분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나누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고, 작년에 발매한 LP에 이전 곡들을 실어서 끊었죠."
-수록곡 '블레임 미(Blame Me)'는 트롬본이 티나지 않게 들어갔다 빠지는 게 좋더라고요.
"서로 보컬과 트롬본이 주고 받는 '티키타카'가 주인공인 곡이에요."
-첫 트랙 '올 유 니드(All You Need)'는 어떻게 만들어진 곡인가요?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등 이전 앨범보다 악기 구성이 풍성해졌어요.
"이번에 처음 시도해온 본 악기예요. 2집의 주인공은 첼로였어요. 이번엔 악기가 풍성해진 건 기타를 많이 빼서입니다. 이로 인해 다른 악기가 들어옴으로써 풍성해진 거죠. 1, 2집에선 기타로 많은 이야기를 꽉꽉 채워 넣다 보니 다른 악기가 들어올 공간이 없었어요. 이번엔 기타를 줄이고 보컬에 집중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출발했죠. 그것 때문인지 다른 악기가 많이 추가가 됐어요. 특히 바이올린 편곡은 해보고 싶었는데 '코요테'와 '와일드 메도우 볼룸(Wild Meadow Ballroom)'엔 꼭 바이올린이 들어가야 했어요."
-기타 연주를 정말 잘하는데 빼고 싶어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보컬과 함께 기타 연주를 동시에 하다 보니, 이 두 개에 에너지가 반반씩 들어가요. 저 같은 경우는 기타에 더 집중하다 보니 에너지의 70%를 기타에 쏟아붓죠. 그런데 부르면서 즐거운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 지점은 꼭 기타로만 채울 수 있는 건 아니죠. 보컬로도 채울 수 있는 거니까, 보컬의 비중을 늘려보자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하니 편하더라고요."
-'도시 + 하니랜드'는 곡 중간에 반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원래는 두 곡이에요. '도시'와 '하니랜드'를 따로 만들었죠. 만들고 보니 너무 짧고, 두 곡의 느낌이 비슷해서 합치게 됐어요. '하니랜드'는 하니랜드에 가서 느꼈던 감정을 담았고, 도시는 집안에 있으면서 텅빈 느낌을 담았는데 하니랜드에 가서 느낀 감정과 똑같았죠. 이번 앨범의 시작이 된 곡이에요."
-영어로 가사를 쓸 때, 우리말로 쓸 때와 차이점이 있나요?
"곡을 만들려고 할 때, 온 감정을 다 담아서 만들어야겠다는 압박감에 아무것도 못 쓰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곡을 쓰기가 어려워 답답함이 쌓여간 거죠. 그래서 잘 모르지만 쉬운 영어를 가지고 일단 '하나라도 쓰자'라는 생각이 곡 쓰는데 접근을 편안하게 해줬어요. 그래서 곡이 쭉쭉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우 두 유 겟 바이(How Do You Get By)?'는 어떻게 만들어진 곡인가요?
"제가 집에 있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세상 행복하죠. 거기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저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이잖아요. 하지만 만날 그렇게 살 수는 없죠. 사람들과 만나고 일을 하고, 그래야 사건이 생기고 나아가는 건데 그 과정에서 겪은 일을 써봤어요. 다시 사건에 부딪힐 때 좌절해서 못 일어날 거 같지만, 제 안의 다른 친구가 일으켜 세워줄 것이라는 노래예요. 제게 위로가 되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가장 힘들 때 만든 곡인데 가장 밝은 곡이 됐습니다."
-'코요테'는 어떤 의미가 있는 곡인가요?
"제 기존의 음악과 흡사한 곡이에요. 제 음악 스타일이 있다면, 그런 스타일의 곡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제 상태를 스스로 생각하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슬럼프라든지, 자신을 믿지 못하는 때가 온다면 계속 똑같은 문제로 부딪히더라고요. 그건만 생각하면 감정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렀어요. 더 이상 그런 상태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했고, 이 끈을 놓아버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만든 곡이에요. 맨날 힘든 것만 생각하며 우울해질 수는 없잖아요. 그 일은 있었던 일이란 걸 인정하되, 감정은 끝내야 하죠."
-이번 앨범은 참 위로가 되는 앨범입니다.
"제가 제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어요. 누구나 그런 상태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만나보니, 생각보다 밝아요. 기존 앨범만 들었을 때는 이렇게 밝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삶을 바라보는 게 더 긍정적이 됐나요? 아니면 음악에 대한 집착이 줄어서 더 밝아졌나요?
"둘 다 인 거 같아요. '내 음악은 이래야 해'라는 제약도 없어지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마음도 없어졌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달라지고 음악도 달라지지 않았나 해요. 사실 저는 원래 밝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조금 우울할 때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죠. 이제 좋은 감정들을 담아서 계속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노래 하나를 만들면, 계속 부르잖아요. 그 감정을 상기시키면서 계속 회귀시키면서 부르다보니까 지치더라고요. 저는 만들 때의 감정과 똑같이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수록곡 중에 '워너비(Wanna Be)'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워너비'가 앨범 전체를 잘 설명하는 곡이에요. 제가 되고 싶은, 되고자 하는 사람의 모습을 노래했죠. 사람은 스스로 바껴야 하는 거잖아요. 현 상황을 부정한다고 바뀌는 게 아니고, 상황이 싫다고만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죠. 스스로 변화하고 싶은, 되고 싶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정말 많은 감정이 오고 간 앨범이네요.
"한동안 불도 안 켜고 혼자 있거나,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기도 했어요. 제가 그러는 와중에 선택한 건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가는 거예요."
-작년이 데뷔 10주년이었습니다. 이번 앨범이 곽푸른하늘 씨 음악 인생 1막을 정리하고 2막을 여는 거 같아요.
"저보다 친구랑 엄마랑 (소속사인) 씨티알(CTR) 사운드 친구들이 놀라더라고요. 벌써 10주년이 됐고, 어느덧 30대가 됐냐고 했죠. 하하. 이전 경험들이 힘들었지만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제가 잘 배웠으면 앞으로도 괜찮은 거죠.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자세도 달라진 거 같고요. 이번엔 엄마가 걱정하시지 않는 음악을 만든 거 같아요. 이전엔 '우리 푸른이 왜 이렇게 우울하니'라고 말씀 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시기도 했거든요. 엄마가 이번 앨범은 '참 좋다고' 하셨어요. 어머니가 가장 대중적으로 바라보시잖아요. 그래서 저는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음악이니까요."
-'니얼리 데어(Nearly (T)here)'라는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됐나요?
"지금 제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어요. 산 같은 곳에 갈 때 아직 (정상이) 한참 남았는데 누군가 '다 왔어'라고 하면 힘이 되잖아요. 물론 3시간을 더 가더라도요. '다 왔어'라는 말이 주는 힘이 엄청나다고 느꼈어요. '멀었어' 보다는 '금방이야' 이런 말이요. 제 인생에서도 저는 아직 가는 중이니까, 가장 힘이 되는 말로 느껴졌어요.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고요. '티(T)'에 괄호를 친 건 프로듀서님 생각이셨어요. 티를 빼면 히어(here), 괄호 안에 더블유(w)를 넣으면 '웨어'가 되는 거죠. 그렇게 많은 걸 할 수 있는 제목인 거죠. 앨범에 실린 곡이 (정규앨범이라고 하기에 다소 적다고 느껴지는) 8곡이라 '완성은 아니다. 거의 다 왔다'라는 의미도 있어요. 다음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유도하는 제목이기도 하죠."
-30대가 돼서 달라진 게 있나요?
"집착을 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걸 느껴요. 기대를 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뭔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20대 때는 부딪혀 보거나 머리를 써봤는데 그게 다 안 되더라고요. 지금은 마음을 다해 하면 되는 거 같아요. 적어도 후회는 안 하게 되니까요."
한편 곽푸른하늘은 이번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29일 홍대 앞 왓챠홀에서 기념 콘서트를 연다. 음원은 CD로 발매됐고, 9월엔 LP로도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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