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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긴축 대전환기, 체질 바꿔야 韓 경제 산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4 18:57

수정 2022.04.24 18:57

코로나 유동성 시대 저물어
정부 빠지고 민간이 나서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주최 토론에 참석해 내달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공식화했다. 이 발언으로 22일 미국 뉴욕증시는 100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사진은 지난달 3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파월 의장. 사진=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주최 토론에 참석해 내달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공식화했다. 이 발언으로 22일 미국 뉴욕증시는 100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사진은 지난달 3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파월 의장. 사진=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고강도 긴축발언에 미국 증시는 지난 22일(현지시간) 1000p 가까이 폭락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981.36p 빠져 1년반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파월 의장의 긴축 움직임이 갑작스러운 건 아니다. 하지만 단번에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것을 공식화했고, 이 같은 '빅스텝'을 여러 번 밟을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은 예상을 웃도는 행보였다.

초유의 인플레이션에 각국이 칼을 빼들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는 갈수록 더 험난한 국면이다. 중국 지도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단행된 경제수도 상하이의 전면봉쇄는 이제 한달이 다 돼간다. 스웨덴 국가 전체 경제규모와 맞먹는 거대도시가 마비되면서 다국적기업들의 현지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공급에 차질을 빚는 등 세계 경제에 새로운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강도 높은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100여년 만에 국가부도(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는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달 4일까지 달러표시 국채 2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최종 디폴트 판정을 받는다. 해외에선 디폴트 가능성을 90%대로 점치고 있다. 물가 고공행진을 더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대외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는 살얼음판이다. 금융시장까지 출렁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연중 최고치로 올랐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에 기업들은 저마다 비상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은 최근 긴급사장단 회의를 갖고 "앞으로의 위기는 그동안 겪었던 위기와 차원이 다를 수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한 대응책"을 주문했다. 기업의 절박한 상황인식을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전례 없는 경제 퍼펙트스톰에 국가 전체가 비상한 각오로 총력대응에 나서야 한다. 국가, 기업 전체 경쟁력을 갉아먹는 후진적인 관행과 제도의 근본 개혁이 절실해졌다. 연금, 노동, 규제, 교육 전 분야의 선진화가 시급하다. 24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대표산업에 속하는 자율주행 업종에서도 국내 규제개선 속도는 더디다. 자율주행차 세계시장 규모는 2020년 71억달러(약 8조8000억원)에서 2035년 1조달러(약 1243조원)로 연평균 41% 성장이 예상된다.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의 자율주행차 상용화 경쟁은 이미 후끈하다. 해외에선 기업들의 자율주행 기술에 맞춰 법률적 요건을 속속 정비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법이 기술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이런 사례는 곳곳에 널렸다.

지난주 업무를 시작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사에서 "한국 경제는 지금 대전환기의 기로에 있다"며 "성장을 위해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안한 것이 민간 주도 성장이다.
"정부가 밤새워 일한다고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민간 주도로 창의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주도 성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가는 곳마다 언급했던 바다.
근본적인 경제 체질개선에 적극 나서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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