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트 위상 높인 베니스비엔날레
실험미술 이건용·전광영도 화제
도시 곳곳서 개인전·병행전시 열려
실험미술 이건용·전광영도 화제
도시 곳곳서 개인전·병행전시 열려
■베니스의 눈을 사로잡은 단색화 거장들
베니스 현지에서 가장 주목받은 한국 작가는 하종현(87)이었다. 베니스 시내 중서부에 위치한 팔라제토 티토에서 23일 개막한 그의 개인전에선 그의 화업인생 60년 중 주요 지점들을 관통하는 구작 및 신작 20여점이 전시됐다.
이어 1600년대 풍의 오래된 집을 개조한 전시장의 거실과 같은 공간에서 그의 1998년작 검푸른 '접합 98-203'이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간 속에 1960년대 앵포르멜 회화 작업을 비롯해 1967년부터 1968년 사이의 '탄생' 연작과 '도시계획백서' 연작뿐 아니라 1960년대 후반 그가 결성한 한국아방가르드협회 시절의 작품, 그의 대표 시리즈인 '접합'과 '이후 접합' 시리즈, 또 이번 전시를 위해 그가 새로이 그려낸 신작까지 조화롭게 배치됐다.베니스비엔날레 사무국이 승인한 병행 전시로 진행되는 이번 개인전은 한국의 국제갤러리와 티나킴갤러리가 이탈리아 비영리 문화재단 '베비라콰 라 마사 재단'과 공동 주최했다.
특이점은 전시의 기획자가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란 점이다. 김선정 감독은 "하종현 선생님의 작품 세계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이번 전시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손을 번쩍 들고 참여하게 됐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베니스의 중심지인 산마르코의 동쪽에 위치한 폰타지오네 퀘리니 스탐팔리아에서는 하종현과 더불어 여전히 단색화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박서보(90)의 작품들이 일본계 미국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 베트남계 덴마크 설치작가 얀 보의 작품들과 함께 3인전으로 개최됐다. 영국의 대형 갤러리 화이트큐브가 주최하는 이 전시는 고미술품이 가득한 바로크 스타일의 방과 모던한 현대식 공간이 뒤섞인 가운데 노구치가 한지로 만든 아카리 전등 작품과 박서보의 은은한 '묘법' 회화가 조화를 이루며 감탄을 자아냈다. 20일부터 열린 이 전시에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이사회 멤버인 세계적 컬렉터 론티 이버스 아만트재단 대표가 찾아와 작품을 살펴보기도 했다.
■한국 실험미술의 대가 베니스를 찾다
비엔날레 본전시가 펼쳐지고 있는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전시장 사이 길목에 위치한 유서깊은 건물 팔라초 카보토에서는 한국 실험미술의 대가 이건용(80)의 개인전 '바디 스케이프'가 20일부터 문을 열고 베니스를 찾은 전세계 미술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하종현의 전시와 달리 이건용의 전시는 회고전이 아닌 작가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바디 스케이프' 신작 회화 20점으로만 구성됐다. 이건용의 '바디 스케이프' 시리즈는 1976년 처음 시작된 이래 무수한 회화적 실험을 거듭해왔고 50여년이 다 된 최근 정수에 다다랐다. 이건용은 독재 등 암울함으로 가득한 한국의 역사를 바라보며 스스로의 신체를 부자연스러운 상태로 만든 후 캔버스를 향해 옆 또는 뒤에서 간단한 선 긋기 동작을 수행하며 흔적을 남기는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신작으로만 가득한 이번 전시에는 베니스의 하늘과 바다의 색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며 개막 당일부터 많은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또 도르소도르구의 아카데미 미술관 근처에 자리잡은 팔라초 콘타리니 폴리냑에는 전광영의 개인전 '전광영의 재창조된 시간들' 특별전이 열렸다. 베니스비엔날레 병행 전시로 개최된 이 전시에는 전광영 작가가 꾸준히 선보여온 한지 조각 작품이 어두운 조명 속에서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과 같은 형상으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 시대 속 지구 생태계 파괴와 환경보호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키고자 했다.
jhpar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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