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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경제위기와 국가안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6 17:54

수정 2022.04.26 18:42

[서초포럼] 경제위기와 국가안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국제정세 변화는 물론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경제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식량 가격 및 유가 등 생필품 가격 급등에서 비롯한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제성장 둔화가 예상된다.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뒷걸음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비록 오미크론 변이의 정점이 지나는 것으로 보이면서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조심스럽게 전환하고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글로벌 공급망에 이미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미·중 패권경쟁 심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더해 코로나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붕괴 현상은 공급망의 효율성보다 안정성에 더 큰 무게를 두는 계기가 됐다. 한편 첨단기술은 대부분 상업용으로만이 아니라 군사용으로도 쓰이는 이중 목적을 지닌다.
경제안보를 기치로 세계 각국이 수출통제와 투자심사를 강화해 핵심기술 보호와 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나서는 이유다.

패권경쟁과 공급망 재편, 팬데믹 보건 위험,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등으로 세계경제와 글로벌 통상환경은 이미 큰 전환점에 들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경제위기는 기존 리스크 요인들과 맞물려 국민의 삶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물가상승을 동반하는 경기침체는 긴축과 완화 중 선택을 해야 하는 정책대응이 난감하다는 점에서 더욱 어렵다. 팬데믹 이후 바닥난 재정상태도 각국 정부의 정책적 운신 폭을 제한하는 변수다.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다양해지면서 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그러나 위기는 국민적 단합과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지켜보며 전 세계가 안타까움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 국가와 국민의 위대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우리도 과거에 전쟁을 겪었으며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이 있다.

경제활력의 원천은 투자와 경쟁력이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경쟁할 때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런데 이 경쟁력의 근원이 바로 투자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의 투자는 경쟁력은 물론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핵심요소다. 반도체, 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한국 경제의 이점을 살려야 한다. 독자적 기술개발에는 한계가 있다. 최첨단 기술력을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과 연구개발(R&D) 컨소시엄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우리가 가진 산업적 우위를 충분히 활용해 이를 국내에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R&D 중심의 투자를 확대하고, 집적 효과와 시너지 효과를 살려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경제안보를 튼튼히 하는 머릿돌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국내 전문인력 양성에도 기여할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외국 속담이 있다. 위기 극복에도 국가 차원은 물론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우리를 둘러싼 경제환경이 총체적 난국인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민관을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통합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전문성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민간과 공직의 선순환 제도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위기 극복과 국가안보 수호에 '늘공' '어공'이 따로 있을 리 만무하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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