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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경제 대전환기, 기업인 발목부터 풀어주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6 17:54

수정 2022.04.26 18:42

재계 이재용 사면 건의
반도체 열세 직시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특별사면과 관련해 국민 공감대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특별사면과 관련해 국민 공감대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대한상공회의소 등 5개 경제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복권을 25일 법무부와 청와대에 청원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 회장 등 경제인 10여명도 포함돼 있다.
경제단체는 "코로나19, 미·중 패권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가경제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위기상황에서 역량 있는 기업인의 헌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청원 이유로 들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이제껏 본 적 없는 거대한 위기에 휩싸여 있다. 세계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연일 긴축 행보에 나섰다. 미국의 경우 한번에 0.5%p 금리를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넘어 이제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까지 예고했다. 외환, 증시는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도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글로벌 경제를 짓누르는 대외변수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급기야 3차 대전까지 언급했다. 미국 최고위 인사들의 전날 우크라이나 방문을 겨냥한 경고성 발언이었다. 중국발 물류혼란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경제수도이자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항구를 둔 상하이는 문이 닫힌 지 이제 한달이다. 시민들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현지 기업들의 경영손실도 눈덩이다.

불확실한 여건 속에서도 첨단산업의 기술경쟁은 중단이 없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5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발표한 것이 6G 통신,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항공우주, 수소산업, 인공지능(AI)이다. 문재인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에 주목했다. 이들 분야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전쟁터다.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기술개발, 인수합병(M&A), 대규모 투자 등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후발주자 중국의 빠른 추격도 위협이다.

기업인 사면은 이런 급박한 경제흐름을 감안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된 뒤 지난해 가석방됐다. 하지만 취업제한 등에 걸려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못하고 있다. 집행유예로 풀려나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회장 역시 대외활동에 제약이 많다. 오너 판단과 결정은 기업 성장과 직결된다. 한국 반도체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기존 절대우위였던 메모리반도체 구도가 흔들리는 가운데 시스템반도체 점유율 격차는 더 벌어진 상황이다. 경제단체는 이를 수습할 기업에 힘을 실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사면은 국민들 공감대가 판단기준"이라고 말했다. 사면 가능성을 열어둔 의미로 볼 수 있다. 문 정부는 5년 내내 편가르기 정치를 비판받았다. 통합과는 거리가 먼 행보가 많았다. 기업인 사면은 국익뿐 아니라 통합 차원에서도 가치가 있다.
국민 정서와 크게 어긋나지 않다고 본다. 문 정부 특별사면은 내달 8일 석가탄신일이 마지막 기회다.
문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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