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에 생존 달렸지만… 승인까지 첩첩산중[조각투자, 혁신인가 허상인가]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6 18:07

수정 2022.04.27 12:05

(2) 머나먼 제도권 관문
금융당국, 보완사항 피드백 주지만
업체마다 연락받는 시기 제각각
요구조건도 불투명해 속수무책
투자자 예치금도 분리보관해야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에 생존 달렸지만… 승인까지 첩첩산중[조각투자, 혁신인가 허상인가]


"우린 사업 초기부터 철저히 준비해 5개월 만에 받았다."(펀더풀)

"2019년에 신청했지만 애매한 피드백을 받고 3년 넘게 시간이 흘렀다."(조각투자 업체 A사)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각투자 시장이 달아올랐지만 대다수 업체들이 제도권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어 행정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체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정받는 과정이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당국이 신청 과정에서 보완사항에 대한 피드백을 내려주지만 업체마다 연락받는 시기도 다르고, 보완사항에 대한 요구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절차가 불투명할수록 규제공백이 생겨 투자자들이 피해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피드백 언제 주나, 알아보기도 부담"

조각투자나 소액투자 서비스로 인정받으려면 최종적으로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업체가 핀테크 지원센터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면 지원센터가 보완조건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최종적으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승인 여부가 확정된다.

부동산 조각투자플랫폼 카사는 지난 2019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 우선심사대상에 선정된 후 8개월여 만인 그해 12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정받았다. 카사 관계자는 "인정받기 전까지 금융위, 금감원, 금결원, 한국거래소 등이 모의테스트 팀을 구성해 수차례 실사를 진행해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펀더풀은 금융위로부터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체로 인정받았다. 지난 2020년 10월에 등록한 후 5개월 만인 지난해 2월 정식 인가 등록을 완료할 수 있었다. 펀더풀 관계자는 "사업 초기부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준비한 끝에 5개월 만에 모든 인가를 마치고 투자자 예치금을 분리보관해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반면 일찌감치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고도 통과 못한 사례도 많다. 초기에 핀테크 지원센터가 답을 주지 않거나 추상적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받던 지난 2019년에 신청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까지도 통과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서 "핀테크 지원센터의 피드백이 없어서 우리가 먼저 요청해서 답을 들었고, 그마저 먼저 신청한 유사업체의 진행상황을 지켜보자는 말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지원센터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후 피드백이 오지 않더라도 언제 답을 주느냐고 물어보지 못하는 업체도 많다"면서 "섣불리 요청했다가 당국에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제도권 조각투자, 여전히 소수

현재 제도권에 편입된 조각투자 업체들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카사, 루센트블록, 펀블, 콘텐츠 조각투자 플랫폼인 펀더풀 등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은 특히 금융위 인가 서비스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대다수업체가 비제도권이라 투자자들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국은 최종 인가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예치금을 분리보관하는 것을 필수조건으로 내세운다. 이 보호장치가 만들어지면 플랫폼 업체가 고객 돈에 손대지 못해 이른바 '먹튀' 위험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사는 하나은행 특정금전신탁계좌에 투자자 자금을 분리보관중이고, 펀더블 역시 신한은행을 통해 투자자의 돈을 분리보관 중이다.

펀더풀 관계자는 "소액투자 플랫폼으로서 금융위로부터 조기에 인가받아 투자상품 출시 및 정산 단계에서 당국의 관리감독을 철저히 받고 있다"면서 "투자금을 분리보관해 투명하게 정산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술품 투자플랫폼 테사는 NH농협은행과 함께 투자자의 자금을 분리보관하는 방안을 구축 중이다.

테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자사 VAN사 계좌를 통해 투자자 자금을 보관했지만 향후 NH농협의 전용계좌로 관리해 분리보관하는 방안을 구축 중"이라면서 "사업자의 계좌접근을 최소화해 투자자 보호기능을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당국으로부터 조건부로 증권성 플랫폼이라는 해석을 받은 뮤직카우는 케이뱅크와 자금 분리보관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과 제휴하던 일부 서비스는 종료됐다.
신한은행은 금융앱 '솔(sol)'을 통해 서울옥션블루와 제휴한 미술품 공동구매서비스 '소투'를 론칭했으나 6개월의 제휴기간이 끝난 후 연장하지 않았다. 다만 향후 당국의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다양한 제도권 서비스가 조기 출시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이 나오게 되면 제도권에 진입하는 플랫폼 업체들이 다수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가이드라인이 나와도 최종 인가 직전까지 규제공백기까지는 투자자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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