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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의 놀면 뭐먹니?] 고춧가루에 비벼 나오는 익산의 숨은 맛, 육회비빔밥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30 09:00

수정 2022.04.30 09:00

육회비빔밥 /사진=조용철 기자
육회비빔밥 /사진=조용철 기자

조용철의 놀면 뭐먹니?
조용철의 놀면 뭐먹니?

[파이낸셜뉴스] 전북 익산시 황등면 황등시장 인근에는 맛집이 많다. ‘큰 등성’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황등에는 예전부터 넓은 논에 소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에는 자연스럽게 한우비빔밥이 생겨났다.

황등시장 인근 맛집들의 특징은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알찬 상차림을 내놓는다. 가게 외관은 비록 허름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속이 꽉 찬 백반집이나 한우비빔밥을 파는 집들도 곳곳에 있다.

이들 가게 가운데에서도 한일식당은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맛으로 까다로운 도시인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맛집 중 하나다.
한일식당의 주메뉴는 황등육회비빔밥이다.

육회비빔밥을 만드는 과정도 특이하다. 익산 지역의 한우비빔밥은 다른 지역과 달리 비빔밥을 만들 때 불 위에 스테인리스 대접을 올려놓고 달군다. 다른 지역에서 주로 내놓는 돌솥이 아니라서 아주 뜨겁게 달구지는 않는다. 따뜻할 정도로만 달군 뒤 비빔밥을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한다.

문화예술의거리에 있는 익산근대역사관은 1920년대 지어진 옛 삼산의원을 이전, 복원했다. 사진=조용철 기자
문화예술의거리에 있는 익산근대역사관은 1920년대 지어진 옛 삼산의원을 이전, 복원했다. 사진=조용철 기자

보통 손님이 직접 비벼서 먹는 비빔밥과는 다르게 밥도 사전에 비벼져서 제공된다. 주방에서 밥을 비빌 때에도 불 위에 큰 솥을 올려놓은 뒤 비비기 시작한다. 고추장 대신에 약간의 양념과 고춧가루를 넣는 것도 새롭다.

고춧가루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빔밥이 눅눅해지지 않고 고슬고슬하다. 짜거나 맵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낸다. 한일식당은 3대째 이같은 맛을 한결같이 이어오고 있다.

육회비빔밥과 함께 제공하는 선짓국의 맛도 일품이다. 돼지뼈로 국물을 낸 선짓국을 끓인 뒤 한우 선지를 사용한다. 고소하면서도 시원한 선짓국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을 것만 같다.


3대째 같은 자리에서 맛의 비법을 이어오고 있는 진미식당도 이 지역에선 유명하다. 진미식당은 한우비빔밥에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섞어 쓴다.
대접을 달군 뒤 밥을 사전에 비벼 제공하는 것은 한일식당과 같지만 제철나물과 야채를 듬뿍 넣는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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