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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중범죄 제대로 처벌 어려워"…수원지검 검사

뉴시스

입력 2022.04.27 11:44

수정 2022.04.27 11:44

기사내용 요약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국민이 검찰 이용할 권리 빼앗지 말아달라" 호소
미성년자 그루밍 성범죄, 검찰 보완수사로 중형 구형 예상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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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전국 검찰청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관 완전 박탈) 법안 통과 시 국민들에게 전가될 사법적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수원지검 평검사도 직접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사례로 제시하면서 해당 법안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나섰다.

수원지검 소속 박상용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국민이 검찰을 이용할 권리를 빼앗지 말아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게시글에서 “제가 송치받아 처리했던 구속사건 중에 중재안과 같이 동일한 범죄사실만 수사하게 되면 놓칠 수밖에 없는 사건이 있어 소개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고생이었던 피해자와 사귄다는 명목으로 가출하게 해 같이 살면서 피해자에게 필로폰을 제공해서 투약하게 하고, 이후 피해자를 성매매시켜 돈을 버는 소위 ‘그루밍 성범죄’ 사건이었다”며 “피해 여고생은 필로폰을 투약한 채 피고인과 성관계를 하다가 뇌출혈로 반신마비가 온 아주 안타까운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경(사법경찰)에서 수사를 정말 열심히 했고, 그렇기에 위 사건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미성년자유인, 아동학대의 일종인 음행매개죄로만 송치했다”며 “위 죄들보다 훨씬 중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법정형이 규정된 ‘미성년자 필로폰 제공 혐의’가 누락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검사는 “아마 여성, 청소년 범죄를 주로 다루던 부서의 경찰에서는 피해자가 동의해 필로폰을 투약한 사안에 대해 적용될 수 있는 죄명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며 “기록상 여기저기 흩어져 단서는 있었지만, 죄명에 초점을 맞춰 수사가 된 것이 아니었기에 다시 수사를 하고 사안을 구성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추가적으로 보완수사를 했고 결국 미성년자필로폰 제공 혐의 3개를 인지해 기소했다. 그리고 성매매를 시켜 이익을 취한 행위도 아동학대의 일종인 음행매개(10년 이하)가 아닌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성매매 혐의(7년 이상)으로 의율해 기소했다”며 “그 결과 실제 구형량은 송치된 죄명으로 예상되는 구형에 비해 몇 배가 늘어나게 됐다. 피고인이 저지른 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진 것”이라고 거듭 피력했다.

박 검사는 “앞으로 (검수완박) 중재안이 통과된다면 저는 저 미성년자필로폰 제공 혐의를 인지할 수 없게 된다”며 “기소를 하는 마당에 처리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결국 피해자에게 고소를 하라고 종용해야 하는데, 피해자는 당시 그럴 수 있는 의사나 능력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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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에 하나 경찰에서 보완수사를 해준다고 하더라도 이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으로 여성, 청소년 범죄를 다루는 부서에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최근 보완수사 요구 사안들이 다시 송치되는 시간에 비춰 거의 3개월 이상은 소요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3개월만 소요되면 이후 병합이 될 수 있어 다행이지만 더 늦어질 경우 선고 및 확정 시까지 제대로 병합되지 않을 수 있고, 제대로 처벌받게 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가 검사로서 위 사건을 검토하고 보완수사를 하고 인지까지 하게 된 시간은 3일 정도다. 제가 지금까지 국민 세금으로 훈련해 얻게 된 전문지식을 국민들이 활용하게 하면 안 되는 것이냐”며 “검찰이나 경찰이나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이 만든 법률에 따라 대한민국 역사와 함께 70여년 간 운영된 제도로, 모두 국민의 것이다. 국민이 국민의 상황에 맞는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하루 아침에 빼앗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1일 수원지검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취재진에 제공한 ‘검찰의 보완수사 필요했던 대표적 사례’ 자료집에 제시된 사건이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필로폰을 투약한 채 피의자와 성관계를 하던 도중 뇌출혈을 일으켜 오른쪽 반신불수 상태에 이르렀다.
미성년자에게 필로폰을 제공한 범행은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이르는 중범죄이지만 경찰은 이를 입건하지 않았다.

또 남성들을 상대로 피해자에게 변태행위를 하도록 시키고 돈을 받았는데 이는 ‘징역 7년 이상’ 중범죄인 아동청소년 성매매에 속한다.


검찰 관계자는 “음행매개 대신 아동청소년 성매매로 법 적용을 변경하고 미성년자 필로폰 제공을 추가로 밝혀내 지은 죄에 상응하는 중형을 구형할 예정”이라며 “검사가 피해자를 상대로 한 보완수사가 불가능했다면 미성년자 필로폰 제공과 아동청소년 성매매라는 중대한 범행을 밝혀내지 못하고 사장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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