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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재벌 순위 매기는 정부, 이런 제도 언제까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7 18:00

수정 2022.04.27 18:00

30년 넘은 낡은 관행
혁신 기업 막지 않길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과 관련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과 관련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5월 1일부터 공정거래법상 여러 규제를 받는 대기업집단에 포함된다. 법상 계열사 자산이 5조원을 넘는 기업은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원 이상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공정위는 매년 4월 해당 기업 명단을 발표한다.

27일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업은 두나무 등 7개사가 새로 추가돼 총 47개사다.
반도체 업황 수혜를 봤던 SK는 현대차를 제치고 자산총액 2위에 올랐다. 자산총액 상위 5위권 내 변동은 2010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정부가 기업집단 순위를 매기고 동시에 동일인(총수)을 지정해온 것이 30년이 넘는다. 1987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제도가 생겨났다. 기업의 문어발 확장, 총수의 사익 편취를 막겠다는 것이 법 취지였다. 총수는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육, 4촌 이내 인척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거래내역을 공시하도록 했다.

대기업으로 분류되고 총수가 되는 것이 영광이었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실리와 혁신이 우선인 4차 산업혁명기의 지금 기업과 동떨어진 제도라는 비판을 수도 없이 듣고 있다. 국가주도 성장기에 통했던 규제방식을 혁신으로 먹고사는 기업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시대 역행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다보니 자꾸 말썽이 인다. 네이버 이해진 창업주는 지분이 4%밖에 안된다며 총수 지정을 끝까지 반대했으나 공정위는 2017년 막무가내로 그를 총수에 밀어넣었다. 그러면서 쿠팡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총수 지정을 지금도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 순위를 매겨 책임 수위를 정하는 것도 세계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미국에선 포천(포천 500) 또는 포브스(포브스 글로벌 2000) 같은 경제잡지가 순위를 발표한다. 27일 김재신 부위원장은 2024년부터 자산총액이 아닌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지정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손질이 해법일 순 없다. 제도 자체가 불필요한 시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기업 규제를 '신발 속 돌멩이'라고 칭하며 적극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대기업집단제도가 과연 지금도 필요한지 들여다볼 때가 됐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우리 기업들은 발에 모래주머니를 매단 채 대만의 TSMC, 미국의 인텔, 테슬라와 싸우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재벌순위를 매기는 관행을 윤석열 정부가 바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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