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 = 이통3사 중심으로 고착된 이통시장의 과점적 경쟁구조를 개선하고 이를 통한 가계통신비 절감 등을 목적으로 2011년 7월 알뜰폰이 도입되었다. 이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를 제외한 사업자들이 이통사의 통신망을 도매가에 제공받아 이를 기반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이동통신 서비스이다. 보통 이동통신사업자를 MNO(Mobile Network Operator), 알뜰폰은 가상이동통신사업자 즉,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라고 부른다. 도입 10년이 지난 2021년 11월 국내 알뜰폰 가입회선 수가 1000만을 돌파하여 전체 이통시장 가입자의 약 14%에 해당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알뜰폰 활성화를 추진해온 정부의 노력과 소비자들의 선택이 맞물린 결과다.
제도 도입 당시 국회 논의과정에서는 해외에도 보기 드문 시장개입적인 사전규제 성격임을 고려하여 3년 일몰제로 도입되었으나, 최초 도입 이후 3차례 연장되어 현재는 2022년 9월 22일까지 유효하다. 이런 도매규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한데, 이런 정부 주도의 지속적인 도매대가 인하와 전파사용료 감면 등 재정적 지원과 알뜰폰 허브·스퀘어와 같은 유통망 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알뜰폰이 성장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이통3사의 시장 독식을 막기 위해 이들 3사의 알뜰폰 자회사(KT엠모바일, LG헬로비전, SK텔링크 등)의 시장 점유율을 50%로 제한하는 등록조건을 추가했다. 올해 2월 말 현재 자회사의 휴대전화 회선 가입자 점유율은 전체 631만 명 중 321만 명으로 50.9%에 달한다. 다만, 이는 알뜰폰 가입자에 포함돼있는 자동차, 원격검침기 등 IoT기기를 연결하는 IoT회선을 제외한 것이고 만약 이를 포함하면 이통3사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31.8%대로 떨어진다. 최근 이통3사의 알뜰폰 시장 확대를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입자 통계에서 IoT회선을 제외하고 순수 통신서비스로만 계산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통3사 자회사의 알뜰폰 영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저렴하고 질 좋은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는 알뜰폰의 문제와 과제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알뜰폰의 자생적인 지속가능성 여부이다. 먼저 알뜰폰의 근거인 도매제공 제도는 일몰제임에도 불구하고 연장을 반복하고 있는데, 일몰 규제는 정책목표나 시장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있는 경우에만 연장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규제의 목표도 일관성이 부족하다. 보통 MVNO는 이통사가 채우지 못한 틈새시장을 발굴하거나 이종 서비스간의 융합·혁신을 통해 이용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편익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나, 국내에서는 MVNO를 ‘알뜰폰’이라 지칭하며 소매요금 인하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결국 정부 주도의 대가 인하로 인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사업자들이 시장에 난립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의 원가에 해당하는 도매대가를 매년 20~30% 인하해주고 있는데, 이로 인해 알뜰폰 시장은 혁신과 차별화보다는 도소매 마진에 의존하는 다수의 소규모 사업자가 존재하는 시장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실제 70여개 알뜰폰 사업자 대다수가 이통사와 차별화 없이 이통사와 동일한 요금제, 서비스를 약간 저렴한 요금에 제공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도매제공 의무는 일몰시키는 것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몰 규제의 연장 필요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제도 일몰 이후의 정책목표 수립과 정책 프레임 전환을 위한 방향성을 마련해야 한다. 대가규제의 경우에도 사업자 간 자율협상으로 결정하고 관련 분쟁 발생 시에만 정부가 중재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만약 즉시 제도 일몰이 어렵다면 대가규제를 우선 폐지하고 제공 의무는 추후 일몰시키는 등의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며, 불가피하게 도매대가 규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대가 산정주기를 2년 이상으로 확대하여 소모적인 논쟁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차량, M2M 서비스 등에 이용되는 IoT 회선은 알뜰폰 통계와 분리하는 것이 적절하다. IoT는 일반적인 음성, 데이터 통신서비스와는 성격이 다르므로, 별도 시장으로 획정하고 통계 등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시장구조의 개선도 필요하다. 국내 70여 개 알뜰폰 사업자 중에는 제대로 된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사업자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규모의 경제와 역량을 갖춘 사업자 위주로 재편될 수 있도록 사업자 간 M&A 등을 촉진하고, 정부의 지원정책 역시 단순 재정 지원보다는 자체적 경쟁력 확보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고객 응대, 상품 개발 등 역량을 충분히 갖춘 사업자 위주로 시장재편이 필요하다.
시장경쟁 관련 개선도 필요하다 알뜰폰 시장에서도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사 및 MNO 자회사 등의 과도한 경품·지원금은 일정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 알뜰폰 시장은 MNO 자회사 뿐 아니라, KB 등 다른 산업의 강자까지 진입하여 중소 사업자와 혼재되어있는 양상이다. 중소 사업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자본력을 갖춘 MNO 자회사, 대기업 계열사의 과당 경쟁은 제한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통3사의 자회사 시장점유율 규제 관련해서는 보면, 원칙적으로 과점적인 이통시장 경쟁구조 개선이라는 알뜰폰 도입 취지를 고려할 때, MNO의 자회사들이 알뜰폰 시장 경쟁을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이미 321만 가입자를 보유한 자회사들을 즉시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이용자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퇴출보다는 자회사들의 영업을 적정 수준으로 통제하여 상생과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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