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척추·관절 100세 설계]귀여운 손주 안고 업고..조부모 척추건강 '경고음'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30 08:00

수정 2022.04.30 08:00

조부모 황혼육아에 허리통증 척추질환 빈발
체력소모 많은 황혼육아, 보존치료 증상완화
[파이낸셜뉴스] #손주를 돌보는 강 씨(64세, 여)는 최근 심해진 허리 통증 때문에 아이를 안아서 차에 태우고 내리는 일이 버거웠다. 웃으면서 애교 떠는 아이가 예쁘면서도 칭얼대면서 안아달라고 조를 때면 겁부터 났다. 얼마 전에는 아이를 업어서 재우느라 한참을 서 있었는데, 이후 허리 통증이 더욱 심해졌고 엉치에 저림 증상이 느껴졌다. 진단 결과 허리디스크였다.
[척추·관절 100세 설계]귀여운 손주 안고 업고..조부모 척추건강 '경고음'

자녀들을 대신에 할마, 할빠라고 불리며 손주들의 육아를 담당하는 황혼육아가 늘면서 고령층의 건강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젊은 부부들도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육아를 도맡아 하다 보면 대표적인 건강문제로 허리통증 등의 척추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아이를 돌보면서 가장 흔하게 하는 행동이 아이를 안아주는 것인데, 이렇게 아이를 안을 때 아이 체중의 10~15배의 충격이 허리에 가해진다. 또 아이를 계속 안고 있으면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려 허리가 앞쪽으로 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허리디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노화와 함께 근육량이 줄면서 척추질환에 취약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반드시 아이를 안아야 할 때는 최대한 몸을 낮게 하고 무릎을 꿇고 앉아 안아 올리는 것이 좋다.

또 아이를 업으면 양 손이 자유로워 다른 일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를 돌볼 때 업는 행동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 역시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아이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척추에 과도한 하중이 실리면서 미세한 손상이 발생하는데, 이런 미세 손상이 쌓이면 척추관협착증의 발병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등 뒤에 아이의 움직임이 심할 경우 허리 부담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아이를 업어주기 보다는 보행기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고, 반드시 아이를 업어야 한다면 30분을 넘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허리 건강을 생각한다면 가능한 아이를 직접 안거나 업기 보다는 유모차나 아기 띠를 이용하는 것이 허리 건강에 좋다. 아기 띠를 할 경우, 아기 띠가 밑으로 처지게 되면 무게가 더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바짝 조여서 안아 주는 것이 좋고 척추를 약간 뒤로 젖혀 옆에서 봤을 때 허리의 모양이 S라인이 되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신체 노화가 급격히 발생하는 60대 이후 노년층의 경우 아이를 돌볼 때 체력소모가 많아 근골격 질환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 대표 허리질환인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증상 초기라면 약물치료,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 보존적인 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방심하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회복속도가 늦어지거나 수술치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허리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정상원 원장(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 신경외과 전문의)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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