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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우크라 사태와 인도의 외교 줄타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8 18:51

수정 2022.04.28 18:51

[서초포럼] 우크라 사태와 인도의 외교 줄타기
우크라이나 위기는 의심할 여지 없이 동맹 관계에 균열과 압력을 넣었다. 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많은 이들은 비극적이고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힌 국가들의 발언뿐 아니라 그들의 무언(無言)을 주목한다. 지난 몇 주 동안 일본, 호주, 영국,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일련의 고위 인사들의 뉴델리 방문과 가상회의가 이뤄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의 미온적 입장에 압력을 가하면서 러시아를 비판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인도와 영국 총리가 러시아의 "독재적 강압"에 의한 "공동의 불안"을 표명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여러 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이 '상황'이 어디로 향할지" 재차 물어봤다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인도는 "평화"를 원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떠나라"며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무언(無言)의 비판을 받던 인도의 입장이 대외적으로 더욱 명료해진 것이 눈에 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도의 입장이 명료하지 않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공식 언론 브리핑에서는 미국도 인도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이는 미국 중심 동맹에 대한 인도의 영향력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인도는 인도 스스로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인도의 파트너가 되지 못한 시기에 러시아와 인도의 관계가 수십 년에 걸쳐 발전했다고 솔직하게 덧붙였다. 인도 외무장관도 인도의 석유 수입에서 미국 의존도가 5%인 데 비해 러시아 의존도는 1%라고 말하면서 러시아 원유 제재에 대한 혼란을 해명했다.

이 위기가 고조되기 전까지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글로벌 위협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러시아와의 적대 관계가 부활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 준 듯 보이기도 한다. 외교사를 살펴보면 미국은 인도와 대체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미국이 과거 아프가니스탄 개입 과정에서 인도가 아닌 파키스탄을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것과 1970년 당시 중국과의 친밀한 관계가 인도가 러시아 무기와 기술에 의존케 한 것을 제외하곤 말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 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재정적 후원은 인도에서 추가적인 위험을 야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 러시아군에 의해 인도 학생이 사망했을 때 인도 정부는 약 2만명의 인도인을 무사히 철수시키기 위해 이 갈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식량원조와 구호물품을 인도적으로 지원했다. 이 사태는 강대국 중 하나가 전쟁에 직접 관여하고, 다른 강대국이 군사적 지원을 동원할 때 비동맹주의를 유지하는 인도의 외교적 입장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한다. 카슈미르 문제를 안고 있는 인도로서는 동맹의 기반도 그리고 그것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인도는 또한 글로벌 리더들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주요 7개국(G7), 유엔 또는 기타 글로벌 플랫폼에서 정당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는 이유를 되묻는다.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따라 동맹과 연대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각화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동맹의 줄타기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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